[대선 D-12] 새 정부 출범 13일 남았는데…'섀도 캐비닛' 공개 꺼리는 문재인·안철수·홍준표

입력 2017-04-26 19:05   수정 2017-04-27 06:36

문재인측 "이름 공개 힘들다"
상대 공격·내부 분란 우려, 경제·외교 인재상 등만 제시
총리·경제부총리·장관 등 "내정됐다" 하마평 무성

'오픈 캐비닛' 구상 밝힌 안철수
상대 캠프 인물까지 포함, 대선 전에 발표 불가능

'명단 공개' 부정적인 홍준표
"선거법 위반이어서 곤란"…선관위선 "선거법 위반 아니다"



[ 서정환 / 박종필 기자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조차 없는 ‘5·9 장미대선’을 불과 12일 남겨두고 있지만 유력 대선후보들의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구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일각에서 예비내각 공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각 캠프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해 잠정 중단하거나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그럼에도 차기 정부 내각참여 인사와 관련한 하마평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섀도 캐비닛 공개 부작용 부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의 고위관계자는 26일 기자와 만나 “섀도 캐비닛 명단 공개가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인 부작용을 감안할 때 사람 이름까지 공개하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 안보, 경제 등 각 분야에 인재상 정도를 제시하는 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당내 경선 때부터 예비내각을 공개할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 2월 당내 대선후보 초청 강연에서 “전부 다 확정은 안 되더라도 대체로 어떤 분들과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강의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인 이달 초순만 해도 공개를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인사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문 후보가 공개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후보 캠프의 기류가 최근 바뀌고 있다. 예비내각 일부를 공개할 경우 인물 검증 과정에서 막판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각에서 배제된 인사들을 내부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캠프 안팎에서는 국무총리와 경제·교육 부총리를 비롯해 장관급에 누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이나 국민은 (섀도 캐비닛 발표를) 엄청 오만하게 본다”며 “네가 벌써 대통령 됐냐, 벌써 임명하냐는 식으로 나온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최소한 총리 후보는 발표해야”

안 후보 역시 대선 전 예비내각 공개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안 후보는 상대방 캠프 인물까지 포함하는 오픈 캐비닛 구상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대선이 끝나기 전에 오픈 캐비닛을 발표하는 건 불가능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명단 공개에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 25일 4차 TV토론회에서 “내가 인사를 한다면 능력과 청렴성을 보겠다”면서도 “누구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법 230조 위반이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섀도 캐비닛 발표가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지만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섀도 캐비닛을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직 인수위를 꾸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되든 여소야대 구도를 피할 수 없어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예비내각을 미리 공개하면 당선 후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섀도 캐비닛에 대해 묵묵부답하는 건 후보 스스로 자신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소한 총리 정도까진 발표를 해야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덧붙였다.

서정환/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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