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부 신설 '공방'] 중기청 "산업부는 대기업만 챙겨"…산업부 "중기부 승격은 중소기업 과보호"

입력 2017-04-26 20:01  

6국·1관으로 구성된 중기청, 부처 승격 땐 4국 안팎 품어
'몸집 축소 위기' 산업부·미래부, 정치권에 '비효율성 여론전'
최근 중기청 잇단 승진인사, 일각선 '체급 올리기' 의혹
중기청 "정기 인사일 뿐"



[ 이태훈 / 문혜정 / 박근태 기자 ]
차기 정부에선 출범 초기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이 쉽지 않다.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면 내각 구성 시기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이를 감안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등은 최소한의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에도 ‘중소기업부’ 신설은 사실상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명칭만 다를 뿐 중소기업청의 독립 부처 승격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 신설을 둘러싼 관련 부처들의 분위기는 상반된다. 부처 승격을 눈앞에 둔 중소기업청은 “20년 만의 숙원을 이루게 됐다”면서도 다른 부처를 자극할까봐 표정관리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중기부 신설을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못하지만 각 대선캠프를 상대로 자신들의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산업부·미래부 ‘전전긍긍’

중기청은 1996년 산업부 중소기업국이 떨어져 나와 탄생했다. 당시에도 “외청이 아니라 독립 부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 요구가 있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중기청이 생기는 순간부터 부처 승격이 숙원사업이었다”고 했다.

중기부 신설 시 산업부에서는 산업 정책을 맡는 부서들의 상당수 조직과 인력 등이 중기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산업기술정책국 산하 조직이 대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 정책은 자동차항공 철강화학 유통물류 등 업종별로 조직이 나뉘어 있지 대기업국 중소기업국이 따로 있지 않다”며 “중기부가 생긴다고 해서 어떤 조직을 딱 잘라 떼어주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 관련 조직만 떼낼 경우 정책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게 산업부 논리다. 산업부 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중기청 중심의 정책은 중기 경쟁력 확보보다는 ‘일방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부에서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총괄하는 창조경제기획국이 중기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보통신산업정책국에도 중기·벤처 지원기능이 있다.


○산하기관까지 동원

중기청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어떤 경우든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6개의 국(局)과 한개의 관(官)으로 구성돼 있다. 부처로 승격하기에는 크기가 작아 4개 안팎의 국이 타 부처에서 넘어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일부에선 “이참에 산업부 산하 기관도 중기부로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업무 중복 등을 고려해 중기부와 산업부를 합쳐 산업중기부를 만들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무시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산업부와의 통합은 진정한 의미의 부처 승격이 아니다”며 “산업부는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는 데 그와 같은 방향으로는 경제성장이 더 이상 어렵다는 게 대선후보들의 목소리 아닌가”라고 했다.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관련 부처들은 산하기관까지 동원해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기부 신설 시 이관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업부 산하 KOTRA와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과 산업기술협회 등 유관단체 등이 대표적이다.

○중기청 승진인사 놓고 신경전

중기청이 최근 잇따라 단행한 승진인사를 놓고도 부처들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 2월 말 16명의 주무관을 사무관으로, 지난 25일에는 5명을 부이사관과 과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지난 24일에는 국장급 승진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중기청은 7·9급 출신이 많은 대신 행시 출신이 적다”며 “중기부 승격 시 산업부 미래부 등에서 조직과 사람이 넘어올 텐데 중기청 출신이 이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승진인사를 단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해외연수자가 생겨 연쇄적으로 자리가 비게 돼 정기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태훈/문혜정/박근태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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