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괴발개발] 동네 사장님과 톡하는 '샵톡'…전화와 O2O 사이 정조준

입력 2017-04-27 10:00  

동네 가게 전화번호로 채팅하는 메신저 앱 '샵톡'
하루 1만보 걸어다니며 점주 만나…업종 불문 '보편성' 강점
"'고추가루 뿌린 짜장면'도 쉽게 주문"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고장난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삽니다. 전화주세요."

나른한 주말 오후 고물상 목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맴돌았다. 먼지 쌓인 PC가 눈에 들어와 몸을 일으켜 스마트폰을 찾았다. 멀어져가는 목소리에 귀기울여 전화번호를 겨우 입력했다.

"이상하게 통화 버튼 누르기가 망설여졌어요. 낯선 사람과 통화하는 게 께름칙했거든요. 통화 말고 연락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카카오톡이 떠오르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과 카톡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2014년 김태용 SK테크엑스 플랫폼서비스팀 매니저는 SK플래닛에 근무하고 있었다. 고물상 목소리를 듣고 떠오른 사업 아이템을 회사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SK플래닛은 플랫폼 개발보다 커머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 뒤 그의 아이디어가 실제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SK테크엑스가 운영하는 사업자와 고객간 메신저 '샵톡'이다. 샵톡은 말 그대로 가게(shop) 직원과 손님이 대화(talk)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지난해 3월 설립된 SK테크엑스는 SK텔레콤의 플랫폼 기술 자회사다. 신설된 SK테크엑스가 신규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면서 김 매니저의 아이디어가 재조명받았다.

앱 기능은 단순하다. 매장 직원과 고객이 채팅창에서 텍스트로 대화를 나누는 게 핵심이다. '업종 불문'하고 모든 사업자가 쓸 수 있다.

김 매니저의 아이디어에 힘을 보탠 것은 같은 팀 오석표 프로젝트매니저(PM)였다. 그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에 주목했다.

"10대인 제 딸은 집에서도 가족이랑 카톡을 합니다. 방에 있으면서 거실에 있는 저한테 카톡을 보낸다니까요. 미래 소비층인 젊은 세대는 확실히 전화보다 텍스트가 편하다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은 사무실에서 업무상 대화도 메신저로 할 정도니까요."

샵톡은 전화 통화를 대신한다는 점에서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와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샵톡은 메신저로서 기존 O2O 앱이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빈틈을 채운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전화는 투머치(too much), O2O 앱은 투레스(too less)해요. 전화의 경우 불필요한 대화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사부터 괜히 상대방의 말투에 신경을 쓴다던지 하는 거요. 반대로 O2O 앱은 생략되는 게 많죠. 배달앱을 쓰면 전화를 걸지 않고 터치 몇 번으로 음식을 시킬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할 때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짜장면에 오이 빼고 고추가루 뿌려주세요' 같은 거요."(김 매니저)
샵톡이 손님의 입장만 고려한 건 아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채팅 외에도 사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능이 많다.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고객을 방지하기 위한 '예약 알림' 기능이 대표적이다. 대화 중 쿠폰 발송하기와 관심고객 관리도 업종에 상관없이 유용한 기능이다.

"'동시문의' 기능도 반응이 좋아요. 고객이 다수의 매장을 선택해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서비스죠. 예를 들어 고객이 여러 미용실에 특정 스타일의 시술 비용을 물어보면, 각 매장은 답변과 쿠폰 등을 보낼 수 있어요. 회식 장소를 잡을 때도 여러 곳에 예약 가능 여부를 물어 볼 수 있죠. 이용자는 시간을 아껴서, 사업자는 잠재 고객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오 PM)

샵톡은 전화번호 기반의 '보편적' 서비스라는 점에서도 기존 O2O 앱과는 다르다. 전화번호 인증만 거치면 어떤 업종, 어떤 가게든 가맹점으로 등록된다.

"배달, 택시, 부동산 등 버티컬(vertical) O2O 앱과는 성격이 달라요. 특정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서비스 앞에 보통 버티컬이라는 말을 붙여요. 샵톡은 국내 모든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하나라고 보면 돼요. 누구나 쓰는 전화처럼요."(김 매니저)

그들이 보편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성장성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배달이든 택시든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아 버티컬 O2O 서비스들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용자들의 기존 습관을 100% 바꿔 독점하지 않는 이상 대박을 터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전 시장 조사부터 가맹점 유치까지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서울 강남 인근 음식점은 물론 미용실 학원 병원 카센터 등 거리에 보이는 가게는 업종을 따지지 않고 들어갔다.

"작년 가을부터 하루에 1만보는 기본으로 걸었어요. 똑같은 점퍼를 맞춰 입고 캐리어에 전단지를 넣고 다니면서 골목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이상하게들 보셨지만 눈길 끌기로는 확실히 성공한 셈이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신발 굽이 다 닳아서 사장님한테 운동화 좀 사달라고 했다니까요."(오 PM)

"처음엔 다 반갑게 맞아주세요. 그러다 손님이 아닌 걸 알고나면 표정이 차갑게 식죠. 이해는 해요. 반갑지 않은 영업맨들이 수시로 가게를 들락거리니까요. 나중에는 손님으로 오해하지 마시라고 단체 점퍼를 맞춰 입고 들어갔는데… 바로 쫓겨났어요.(웃음)"(김 매니저)

시장 조사에서는 애를 먹었지만 앱이 개발되고 나서는 점주 만나기가 한층 수월했다.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서비스를 설명하고 가입을 유도하기가 쉬웠다.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이용 교육이 필요한 여타 O2O 앱과는 달랐다. 전화번호 인증만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샵톡 가맹점이 됐다. 그렇게 모인 가맹점은 현재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중심으로 3800여개에 달한다.

대로변 유명 맛집은 물론 골목에 숨은 가게들도 전부 샵톡의 가맹 대상이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위주로 가맹점을 확보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다른 점이다. 샵톡과 기능이 비슷한 '네이버 톡톡' 역시 옷가게, 식당 등 네이버 서비스의 사용 빈도가 높은 일부 업종에서 주로 쓰인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출시 한 달을 넘긴 샵톡은 현재 1만6000명의 고객 이용자를 확보했다. 당분간은 수익화보다 이용자와 가맹점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는 전국 가맹점 10만개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샵톡 개발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에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퇴근 후에는 각자 알아서 파란색 점퍼를 입고 가맹점을 찾는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같은색 점퍼를 입은 유세단과 헷갈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표정마저 유쾌했다.
"업종불문하고 사업자들이 가게를 열 때 자연스럽게 샵톡을 설치하는 날을 그려봐요. 어떤 매장이든 전화기를 두는 것처럼요. 단 샵톡은 지금처럼 가벼운 앱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어려움 없이 쉽게 접근하고 쓸 수 있게요."(김 매니저)

"그동안은 통신사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왔어요. 이제는 전국민이 일상에서 쓰는 서비스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하철에서 '샵톡~ 샵톡~'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오 PM)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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