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무실·비서동 통합 추진
"예산 낭비" 국회 반대에 포기
서울청사, 외부 공격에 노출
경호·지하벙커 이전 등 쉽지않아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광화문 인근 정부 건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세부안을 마련해 내년 예산을 확보한 뒤 2019년 집무실을 이전할 계획이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문 후보의 약속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구역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 내곽과 외곽으로 나뉜다. 집무실 위치가 반드시 청와대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된 것은 아니다. 집무실을 이동하는 데 법적 제약은 없다.
다만 필요예산을 확보하려면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 있는 집무실과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위민관)을 통합하는 청와대 공간 재배치를 추진했다가 예산 낭비라는 국회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
현실적인 제약 조건은 더 있다. 우선 경호 문제다. 당초 문 후보는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을 이동하는 것을 고려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고 건물 사이 폭이 좁아 외부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문 후보는 지난 24일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을 발표하면서 “정부서울청사를 쓰는 것도 의미 있지만 경호 문제가 있어 광화문 인근 정부 건물을 쓰는 걸 생각 중”이라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교부 청사, 감사원, 금융연수원 등이 광화문 주변 단독 건물을 쓰고 있다. 이들 건물의 경호를 청와대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이 불가피하다.
시민들의 불편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주변 교통 통제, 통신 제한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전을 앞두고 시민 불편을 가장 먼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청와대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상황실(지하벙커)을 어디로 옮길지, 정상회담은 어디서 할지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문제, 경호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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