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논란 송민순에 욕설·협박 등 집중 공격
안철수 지지 전인권엔 '적폐가수'
SNS서 잇단 악성 댓글…안희정도 "질렸다" 두손
위험한 정치인 팬덤
정치참여 확대 순기능 실종…후보들이 나서 자제시켜야
[ 박종필 기자 ]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대북 사전결재’ 의혹을 제기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그는 지난 24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송 전 장관의 마음을 더 후벼판 것은 협박성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악성 댓글이었다. 그는 25일 “문재인 캠프에서 ‘용서하지 않겠다’ ‘몇 배로 갚아주겠다’는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온라인에서도 집중 표적이 됐다. “늙은 개가 짖어대는데 몽둥이로 때려잡을 수도 없고…”(네이버 아이디 pilo***), “외교부 장관 한놈은 잘못 기용했었네요”(네이버 아이디 defe***) 등 입에 담기 힘든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비난 여론에 시달리던 그는 24일 북한대학원대 총장직을 내려놨다.
◆인터넷 전사들은 누구?
대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인터넷 댓글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각 후보의 온라인 팬클럽이 주도하고 있다. ‘문팬’(문 후보) ‘안팬’(안철수) ‘홍사모’(홍준표) ‘유심초’(유승민) ‘심크러쉬’(심상정) 등이다. 가장 열성적인 곳은 단연 문팬이다.
문 후보의 온라인 팬클럽인 문팬은 지난해 9월 창립됐다. 문 후보가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무렵이다. 여러 갈래로 나뉜 문 후보 팬클럽을 통합해 800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노사모’와 지난해 문 후보가 당 대표일 때 모집한 10만여명의 온라인 권리당원 가운데 일부가 문팬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문팬 회원수는 1만7000명 안팎이다.
출발은 신선했다. 금품과 조직력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지자를 모았기 때문이다. 당시 창립식에 참석한 문 후보는 “문팬 가족부터 선플(선한 댓글) 달기로 분위기를 바꿔 나가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문팬은 공격성을 띠기 시작했다. 문 후보의 경선 라이벌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던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문 후보 지지층의 댓글 공격은 ‘십알단’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십알단은 십자군 알바단의 줄임말이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을 퍼 나른 댓글 부대를 비하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만든 용어다. 경선 당시 안 지사는 문 후보 측 지지자를 향해 “사람을 질리게 한다”고 말했다.
◆막말로 얼룩진 정치 SNS
가수 전인권 씨는 국민의당 안 후보를 지지했다가 인터넷에서 ‘적폐 가수’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문 후보가 법무법인 부산에서 재직할 당시 관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2시간 만에 해당 기사에 욕설로 가득찬 4000건의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가짜 뉴스, 여론 조작 가담 등을 이유로 상대방 후보의 팬클럽 카페 관리자 등을 고발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네티즌이) 정치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누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고발 외에는) 법적으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가는 “팬의 구심점인 대선후보들이 직접 나서 이들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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