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기반 산업은 한계…'기술벤처' 키워야 미래 일자리 생긴다"

입력 2017-04-27 20:30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한경 좌담회

사회=김태완 중소기업부장

벤처 늘었지만…기술창업은 12%서 8%로 감소
창업 경력 인정 해주고 실패후 재도전 기회줘야



[ 이민하 기자 ]
제2의 벤처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창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고급 기술인재들의 창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이들의 기술 창업이 더 활발해야 창업생태계가 강해지고 경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기술인력의 창업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과 대학교수, 연구원 신분으로 창업에 성공한 김선영 바이로메드 사장, 박찬구 위월드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이종포 엔스코 대표, 최혁 인포마크 대표(이상 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재도약하려면 고급 기술을 보유한 혁신적 벤처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며 “기술인재들이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자=벤처창업 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기술창업 비중은 10년 전 12%에서 8%로 오히려 줄었다.

▷최혁 대표=16년 전 창업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환경은 많이 개선됐다. 문제는 창업 후 실패에 대한 부담, 두려움이다. 인식과 제도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대학교수가 일단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원래 소속으로 돌아가도 경력에는 이미 흠집이 생긴다. 우수 기술인력이 실제 창업하려면 ‘이게 아니면 끝이다’는 식의 각오까지 필요하니까 아예 엄두를 못 낸다. 실패했을 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돼야 기술창업이 늘어날 수 있다.

▷김선영 사장=교수가 창업을 하면 ‘연구는 안 하고 영리만 추구하냐’는 식의 인식은 여전하다. 교수 평가 제도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창업을 교수 고유업무 일환으로 추가해야 한다. 창업 자체가 바로 성과가 될 수는 없지만 창업 후 투자자 유치나 결과물 등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주영섭 청장=대학과 연구원의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창업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축이다. 정부도 대학에서 창업 친화적인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의 자발적인 노력 여부다.

▷최 대표=일부 대학에서는 제도 개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정교수라도 산업체 관련 성과로 평가를 받겠다고 신청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생긴 점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단번에 기술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

▷사회자=창업 실패 위험은 큰 반면 성공에 대한 보상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안건준 회장=벤처 보상의 핵심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달려 있다. 창업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고, 투자자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야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된다. 한국에서는 투자금 회수의 97%가 상장(IPO)을 통해 이뤄진다. 투자기간이 5~10년 이상 걸린다. 미국은 투자금 회수 방식의 70%가 M&A다. 투자, 회수 과정이 원활하니 재창업·재투자도 활발하다.

▷주 청장=투자 중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도 스타트업 지원보다 육성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제대로 육성한 기업이 나와야 투자금 회수 시장도 자극받을 수 있다. M&A 시장이 정착하려면 역시 첫 타자가 중요하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국 벤처기업을 소개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창업가와 투자자가 자본을 회수하고 그 자본이 다시 새로운 창업과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부의 방침이고 목표다.


▷서정선 회장=창업은 미래 사회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일종의 교육이다. 과거처럼 글로벌 선두기업을 따라만 가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도 지원 방식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1980년대 반도체산업을 성공시켰으니 바이오산업도 그처럼 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미래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박찬구 대표=꼭 M&A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사업 연계, 협업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사업이나 전략적인 부분만을 ‘패키지화’해 사업모델을 팔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마련하면 창업자도 초기 단계부터 이에 맞는 사업 형태를 구상할 수 있다.


▷이종포 대표=M&A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 국내에서 M&A 협상이 최종 성사되는 확률은 5% 미만이라고 알고 있다. 성공률이 이런데 과연 창업자가 M&A를 시도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회사 평판이나 다른 부분에서 손실이 너무 많다.

▷사회자=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또다른 방안이 있을까.

▷안 회장=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교육이다. 일본, 독일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교과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긴 호흡을 가지고 공을 들여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창업과 기업가정신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대표=밴처기업 역할도 생각해볼 일이다. 벤처는 꼭 성공한 기업인의 경험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한 경험도 공유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벤처는 실패 경험이 축적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얘기지만 벤처 인증에 대해서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 벤처협회에도 이미 전문가가 많은데 인증받을 때 외부기관, 기술보증기금 같은 데서 맡아 기술평가를 하는 부분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

▷박 대표=오늘 나온 얘기는 기술보다는 교육이나 사고방식에 대한 얘기로 요약된다. 의외일 수 있다. 그만큼 주변 여건이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연구원 출신 창업도 그 환경부터 따져봐야 한다. 출연연구원 등은 환경 자체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회자=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서 회장=산업의 기본은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창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일이다. 이게 정말 자기가 하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 먼저 자신의 목표를 뚜렷이 정하고 그에 맞는 단계를 밟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창업가에게 요구되는 기업가정신이다. 정부 역할도 불필요한 경쟁은 줄여주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김 사장=창업이 교수의 역할 중 중요한 임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시장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방향과 기술을 내놓은 것도 교수의 역할이다. 갓 창업한 교수에게는 ‘두 개의 모자를 쓰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는 연구자, 교수로서의 모자(역할)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로서의 모자다. 투자자와 자주 만나 신뢰를 쌓으려면 교수로서의 권위의식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한경 좌담회 전문

정리=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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