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계산' 양자컴퓨터, AI·자율주행차 뜨면서 각광
포스텍, IBM·MS·각국 대학 경쟁 속 원자선 소자기술 개발
4차 산업 시대 준비하려면 '고위험·고수익' 기초연구 집중
[ 박근태 기자 ]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창업자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뇌 연구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제조와 정보기술(IT) 분야를 주도하는 두 거물이 전통 과학 영역에 있던 뇌 연구에 뛰어든 건 우연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2013년 뇌 질환 극복과 신산업 창출을 목적으로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뇌 신경망과 기능을 담은 지도를 설계하는 이 계획은 최근 기초 과학의 성과에 힘입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두 거물의 투자 발표는 기초연구에서 시작한 뇌 연구 성과물이 쌓이면서 뇌를 산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 AI·빅데이터 시대 연다
국내에서도 뇌 연구처럼 포스트 4차 산업시대를 주도할 희망이 움트고 있다. 앞선 분야가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수백년 걸릴 계산을 수초 만에 하는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맞춤형 의료 기술이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계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기술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해외보다 시작은 한발 늦었지만 튼튼한 기초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착실하게 기반을 닦고 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화여대 교수) 연구진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 하나를 제어해 양자컴퓨터 구현을 앞당기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달 홀뮴 원자 한 개로 1비트를 읽고 쓰는 데 성공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메모리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원자 한두 개 굵기로 길게 이어진 원자선으로 전자소자를 구현하는 기술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염한웅 포스텍 교수 연구진은 솔리톤이라는 인듐 원자선의 독특한 구조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논리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가 더 진척되면 한국은 실리콘반도체에 이어 차원이 다른 신개념 컴퓨터에 들어갈 핵심기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융합연구 신산업 창출 기폭제
최근 들어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30~40대 연구자들이 주도하는 융합연구가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은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에서 뇌 신경 신호를 컴퓨터에 전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뇌 탐침을 개발했다. 이 연구에는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과 뇌인지과학전공, 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 등 3개 분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다.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과 뇌 연구, 전자공학의 성과를 결합한 신개념 메모리도 등장했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연구진이 만든 이 메모리는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뇌 신경회로를 모방했기 때문에 적은 전기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고성능 AI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과학계는 1등 기술을 빠르게 따라 하는 추격자형 연구개발(R&D)로는 치열한 기술 경쟁 시대를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팅, 클라우드, 빅데이터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초연구에서 포스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실패 위험이 높지만 성공하면 막대한 보상이 따르는 ‘고위험 혁신’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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