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나에게 찾아오는 시원한 맥주, 드링크스 컴 트루(drinks come true).’
어느 날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이런 한 줄이 올라왔습니다. 열어보니 수제맥주를 한 달에 두 번 정기배송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도 집 앞까지. 눈이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아, 꿈은 이뤄지는구나.’
벨루가브루어리(theveluga.com)라는 수제맥주 배달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마음을 훔친 주인공이었습니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에게 맥주만 한 술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와인은 양이 너무 많고, 소주를 마시자니 안주가 필요한 데다 조금은 처량(?)하고, 양주는 도수가 부담스럽고. 게다가 요즘 ‘맥덕(맥주 마니아)’ 사이에 ‘엄지 척’으로 통하는 브루클린브루어리와도 손잡았다니.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벨루가 멤버십에 가입했습니다. 회원제로 1개월(6만원·8병), 3개월(17만원·24병), 6개월(33만원·48병)짜리 멤버십이 있더군요. 한 달에 두 번, 매주 둘째주와 넷째주 수요일에 한 번에 네 병씩 정기 배송해준답니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도 스쳤지만, 밖에서도 한 잔 1만원 정도는 기본인지라 과감히 1개월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반나절 만에 담당자가 전화를 했습니다.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배송 절차를 설명해 주더군요. 결제도 간단했습니다. 문자로 온 결제 링크를 누르고 카드 번호를 입력하면 끝. “어떤 맥주가 오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이 반전이었습니다. “모릅니다.”
벨루가의 매력은 여기 있었습니다. 그냥 맥주 배달만 해주는 게 아니라 맥주를 골라주는 ‘맥주 큐레이션’이지요. 전문 비어마스터가 고른 이번주 맥주를 보내니, 어떤 맥주가 배달되는지 모를 수밖에. 다만 마트나 편의점에 있는 흔한 맥주는 취급 안 한다고 합니다. 국산이나 수입 크래프트 맥주 중 한정판 맥주, 신상 맥주, 소량 수입된 맥주 등을 골라 보내줍니다. 설명이 자세히 쓰여진 ‘맥주도감’과 함께요.
이쯤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한 달에 8병이라니, 난 왕창 사고 싶은데?’ 불행히도 그렇게는 안 됩니다. 주류배달은 작년 7월까지 불법이었다가 국세청이 관련 고시 규정을 개정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홈술족’ ‘혼술족’ ‘야구장 맥주보이’ 등이 흔해졌는데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어 일부 개정된 겁니다. 이 개정안에는 음식과 함께 소량 판매되는 주류, 대면 판매가 이뤄지는 주류 배달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소량 판매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기 배송으로 한 달 8병이 기준입니다. 맥주를 마시며 착한 일을 할 수도 있답니다. 벨루가는 맥주 한 병을 팔 때마다 물 부족 국가에 생수 한 병씩을 기부한다는군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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