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만 자영업자, 범죄 피해에 멍든다

입력 2017-04-28 18:43   수정 2017-04-29 05:55

자영업자 30%가 범죄 피해, 연간 피해액 6000억원 육박
사업체 100개 당 154건…당하고 또 당하고 '중복 피해'

절반이 절도…사기·폭력도 많아
범죄 위험 노출 1위는 울산



[ 김주완 기자 ] 170만 자영업 사업주의 30% 선인 50만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범죄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를 운영하면서 당하는 ‘상업범죄’ 유형도 절도 사기 강도 업무방해 등으로 다양했다. 피해액은 한 해 6000억원에 육박한다. 무인단속 폐쇄회로TV(CCTV) 설치도 범죄 예방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자영업으로 방향을 트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상업범죄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절도 범인은 대부분 고객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 21일 ‘2017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 ‘전국 상업범죄 피해 조사’를 발표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첫 범죄 피해 조사다. 전국 8140개 사업체(한국표준산업분류상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한정)를 표본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적잖이 심각하다. 전국 자영업 사업체의 28.2%가 2015년 한 해 동안 한 번 이상 상업범죄 피해를 경험했다. 전체 자영업 사업체 수로 따지면 170만484개 중 47만9463개가 범죄 피해를 당한 셈이다. 범죄 건수는 연간 263만1612건에 달했다. 사업체 100개당 154.8건의 범죄 피해를 당했다. 범죄를 경험한 자영업자 수보다 범죄 건수가 많다는 것은 중복 피해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김지선 형사정책연구원 일반범죄연구실장은 “범죄 피해를 당한 사업체만 따지면 평균 피해 건수는 5.5건이었다”며 “한 번 범죄를 당한 업체들이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10건 중 3건 9~10월 가을 집중

범죄 유형으로 보면 절도가 46.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사기(24.6%), 폭력성 업무방해(14.9%), 성폭력(8.9%), 횡령(1.3%), 손괴(파손·1.2%) 순이었다. 건수로 따지면 절도는 연 122만9458건 발생했다. 사기와 폭력성 업무 방해는 각각 64만6243건과 39만2967건에 달했다.

각종 상업범죄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피해액은 연간 5574억2473만6554원으로 추정됐다. 사기 피해액이 4239억6363만896원으로 가장 많았다. 절도(1066억716만6681원), 횡령(139억4255만2953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건당 평균 피해액으로 따져도 사기가 66만956원으로 가장 많았다. 절도는 가장 적은 10만7781원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 자영업자의 범죄 노출 정도가 가장 심했다. 울산 지역 자영업자 100개당 피해 건수는 398.1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인천(60.5건)의 6.6배에 달했다. 울산은 자영업자의 범죄 피해 건수가 연간 13.9건으로, 유일하게 10건이 넘은 지역이었다. 범죄 피해 경험이 가장 많은 업종은 주점업이었다. 절반 수준인 45.6%가 범죄를 당했다. 다음은 소매업(29.7%), 음식점업(28.7%), 숙박업(27.5%) 순이었다. ‘자동차 및 관련 부품 판매업’에서는 가장 적은 15.2%가 범죄를 경험했다.

제 기능 못하는 CCTV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당한 절도는 시기로 보면 가을에 집중됐다. 10건 중 3건(32.8%)이 9~10월에 발생했다. 시간대로는 오후 3~6시(19.7%)에 빈번했다.

대부분 손님이 범인이었지만 5.6%는 직원이 물건을 훔쳤다. 공금 횡령, 분실 신용카드 사용 등의 사기는 임시 직원이 범인인 경우가 64.8%로 가장 많았다. 김 실장은 “전체 자영업자의 48.7%가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하고 34.0%는 민간경비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범죄가 발생했다”며 “지역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경찰, 검찰 등이 머리를 맞대고 예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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