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취증 환자 절반이 다한증 고통
부모 중 한쪽이 다한증 있으면 50% 확률…유전적 요인 커
증상 심하지 않다면 약물 요법
근본치료는 수술이 답이지만 다른 부위에 땀 나는 경우도 있어
액취증, 털 없애면 냄새도 줄어
치료 첫걸음은 겨드랑이 털 제거
'살균효과' 약용제품으로 씻고 파우더로 늘 건조하게 유지
육류·치즈 등 고지방식 피해야
[ 이지현 기자 ] 날씨가 따뜻해지면 땀이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손 발 얼굴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있는 사람은 봄과 여름이 되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한증 환자는 겨드랑이 등에서 냄새가 나는 액취증을 함께 갖고 있는 일도 많다. 복잡한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 엘리베이터 등을 탈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땀이 많은 증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면 간단한 시술이나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워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다한증, 액취증의 증상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인구 1% 정도가 앓고 있는 다한증
인체에는 에크린과 아포크린이라고 불리는 두 가지 땀샘이 있다. 에크린 땀샘은 맑고 투명한 땀을 배출한다. 냄새의 원인이 되는 것은 주로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는 땀이다. 에크린 땀샘은 피부 표면에 넓게 분포한다. 이곳에서 나는 땀의 99%가 수분이다. 끈적임이 없고 냄새도 거의 안 난다.
다한증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다른 사람보다 에크린 땀샘에서 땀이 많이 분비되는 것이다. 인구의 0.6~1%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한증은 원인에 따라 1차성 다한증과 2차성 다한증으로 분류된다.
1차성 다한증은 34도 이상의 온도나 감정, 교감신경 변화로 생긴다. 손이나 발,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흔하다. 2차성 다한증은 다른 원인에 의해 다한증이 생기는 것이다. 당뇨병, 저혈당, 심부전, 갑상샘 항진증, 폐경, 술이나 약물의 금단증상 등이 원인이다. 평소 과도하게 땀을 흘리면 대사성 질환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유전적 성향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 중 한쪽이 다한증이면 50%, 양쪽 모두 다한증이면 80% 이상의 확률로 다한증이 생길 수 있다.
다한증이 생기는 부위는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안면 등으로 나뉜다.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가장 흔한 것은 손바닥 다한증이다. 컴퓨터 키보드를 쓸 때 자국이 남거나 악수할 때 상대방 손을 젖게 하는 일이 많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심리적 위축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발바닥 다한증이 있으면 발바닥에서 땀이 많이 나와 미끄러지기 쉽다. 양발이 흠뻑 젖는 일도 많다. 겨드랑이 다한증이 있으면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 난다. 옷을 입으면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하게 젖거나 변색되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얼굴에 땀이 많이 흐르는 안면부 다한증도 있다. 일상생활 중 얼굴에서 땀이 떨어질 정도로 흐르는 일이 많다.
다한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겪는 불편함과 정신적 고통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다한증 때문에 손에 땀이 많이 나 물건을 놓치기도 하고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없을 정도로 시험지가 젖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는 것도 망설여질 수 있다. 김건우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다한증은 그 자체로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병은 아니다”면서도 “환자가 겪는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위축은 매우 크다”고 했다.
액취증 환자의 50%는 다한증 호소
다한증이 있는 사람은 액취증을 함께 앓고 있는 일이 흔하다. 겨드랑이 다한증이 있으면 대부분 액취증도 있다. 암내를 풍기는 액취증은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이 원인이다. 이 땀샘은 에크린 땀샘과 달리 전신이 아니라 특정 부위에만 있다. 겨드랑이에 가장 많고 귓속, 음부, 유두 주변, 항문 주변에 분포한다. 아포크린 땀샘은 에크린 땀샘보다 10배 정도 크다. 여기에서 나오는 땀도 원래는 냄새가 없다.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에 들어 있는 지방 단백질 등이 모공 주변의 세균 때문에 분해되면서 불쾌한 지방산 냄새가 난다.
액취증의 또 다른 원인은 피지선이다. 겨드랑이 모낭 주위에 있는 피지선 분비물에는 지방분이 많다. 이 분비물로 인해 세균이 번식하면 냄새가 난다. 대개 액취증이 있는 사람의 50%는 다한증을 함께 호소한다. 여성은 13~14세, 남성은 15~20세 때 액취증이 가장 많다. 양쪽 겨드랑이에서 냄새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액취증은 털과 연관이 있다. 액취증을 일으키는 아포크린 땀샘은 모공에만 있기 때문에 털을 없애면 냄새가 줄어든다. 털이 많은 서양인이 털이 적은 동양인보다 몸 냄새가 심한 이유다. 이 때문에 서구권에서는 몸 냄새를 없애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해 털을 제거하는 시술을 많이 받는다.
보툴리눔톡신부터 수술까지
다한증이 심해 치료를 원한다면 약물, 보툴리눔톡신, 수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완치하겠다는 생각보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환자에 따라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약물치료는 항콜린성 약물과 염화알루미늄 약물치료 등이 있다. 항콜린성 약물은 부교감 신경에서 배출되는 아세틸콜린이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한다. 이렇게 하면 땀 분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부교감 신경 기능이 떨어지고 교감 신경이 활발해져 전신 건조증, 변비, 심박수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보툴리눔톡신 시술도 활용된다. 땀샘 부위에 주사하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막고 땀 분비를 차단할 수 있다. 시술 시간이 5~10분 정도로 짧고 시술 3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평균 5~6개월 뒤엔 원상태로 돌아간다. 수술 치료도 있다. 2㎜ 흉강내시경을 이용하는 흉부교감신경차단수술 등이다. 근본적 치료법이지만 전신 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 등이 생길 수 있다. 극초단파(미라드라이) 치료법도 많이 활용된다.
가벼운 다한증, 액취증은 식습관을 관리하고 몸을 깨끗이 유지하면 줄일 수 있다. 살균 효과가 좋은 약용제품으로 씻고 파우더 등으로 몸을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체취를 강하게 만드는 육류 계란 우유 버터 치즈 등 고지방·고칼로리 음식보다는 채소 생선 해초 콩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번식을 억제하는 비타민A, 스트레스를 줄이는 비타민C, 악취 원인인 과산화지질을 억제하는 비타민E 등이 도움된다.
이상준 강남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다한증은 땀 배출량보다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이 있느냐에 따라 진단과 치료 여부를 달리한다”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종이라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상준 강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 김건우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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