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최초의 커피 전문점은 1888년 우에노에 있던 가히사칸이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었다고 한다. 이곳은 몇 년 못 갔다. 그곳에 찻집이 생겼다. 1910~1920년대가 일본 카페의 태동기였다. 화가 집단이 만든 카페 프렝탕, 브라질 이민 사업단 단장이 세운 카페 파울리스타, 카페 라이온 등이 있었다. 전쟁을 치르고 난 뒤 1980년대부터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카페 바가 유행했다. 1989년 시부야의 드 마고 파리는 파리를 도쿄에 옮긴 듯한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는 지금도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고풍스러운 카페들이 숨어 있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로 남아 있는 명곡찻집 라이온은 3대가 함께 오는 카페로 유명하다.
1926년 창업자가 제작한 음향설비는 일본의 클래식 애호가들을 이곳으로 끌어모았고, 지금도 매일 음악 감상회가 열린다. 쌍화차에 노른자를 띄워 먹는 것처럼, 따뜻한 밀크셰이크에 우유와 계란을 섞어 만든 거품을 올려 밀크에그를 내준다.
우에노의 순수 찻집 오카는 영화 촬영지로 자주 쓰인다. 50년을 넘긴 공간에서 갓 볶은 원두로 내려주는 은은한 핸드드립 커피를 재즈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1964년부터 영업해온 신주쿠의 커피 세이부, 2대째 커피 마스터가 내려주는 자가배전 커피 본, 80년의 세월을 지켜온 긴자의 토리코로르 본점에선 잠시 현실을 잊고 옛날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헌책방 거리 진보초에 1955년부터 있었던 통나무집 카페 사보루, 1948년부터 긴자에서 핸드드립 커피만을 고집해온 카페 드람브르는 창업주가 커피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갖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페 드람브르의 옆 골목에는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자주 들렀다는 파울리스타가 있다. 비틀스의 오랜 팬인 멋쟁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장을 잘 차려입고 자리를 메운다. 도쿄의 ‘제3의 물결(스페셜티 커피 확산)’을 있게 한 뿌리 깊은 카페문화를 느낄 수 있다.
도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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