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6년만에 사극 첫 도전
"시나리오 오자마자 덥석 물었죠"
"첫 번째 주문이다. 봉골레 하나!"
배우 이선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사다. 까칠하지만 속내는 따뜻한, 요샛말로 '츤데레' 스타일이 처음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파스타' 속 캐릭터다. 연예인을 배역과 동일한 부류의 사람으로 느끼곤 하는 대중에게 이선균의 이미지는 그래서 조금 까칠하다.
최근 개봉한 이선균의 첫 사극 도전작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예리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쫓는 조선의 임금 예종으로 분했다.
그는 천재적인 기억력의 신입사관 이서(안재홍)을 수하로 부리며 왕으로서 위엄과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 가볍고 진중함을 오가는 개성을 살려냈다. '츤데레' 스럽다가도 이서가 곯아떨어지면 살포시 용포를 덮어주는 마음만은 따뜻한 남자다.
이선균은 이 같은 대중의 시선에 대해 '허허' 하며 웃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 때 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되게 로맨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군요. 대중이 작품을 통해 나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었죠. 심지어는 인터뷰에서 나로 이해받고 싶은데 불편한 지점도 많았어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할 말은 다 하는 편입니다."
이제 이선균은 대중의 선입견과 같은 불편함 정도는 감수하는 경지에 올랐다. 수년이 지나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하는 것이 예전에 꿈이었다면, 이제는 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요. 좋고, 이상하고 행복하고 밥벌이가 됐고...그리고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40대 중년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면서 연기를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트렌디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던 2~30대 때와는 달리 마흔이 된 이선균에게 새로운 각오가 필요했다.
"마흔이고, 결혼하다 보니 연기의 장르를 확장해봐야겠다 싶었어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조금 더 유연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도전한 것이 사극입니다. 예종 역은 젊은 친구에게 제안해도 고맙게 할 시나리온데 제게 와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감독에게 '도장부터 찍읍시다' 했죠. 하하"
'임금님과 사건수첩'에서 이선균의 독특한 목소리는 장점이 됐다. 그는 "사실 신경쓰이는 부분이긴 하다"라고 털어놨다.
"목소리 때문인지 어떤 역할을 맡든지 비슷해 보인다는 대중의 의견도 알 것 같아요. 사실 다른 게 안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고민을 더 하는 편이죠. 제 경우는 억지로 톤을 만들어내지는 않거든요. 편하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안재홍과 톤이 어울릴 수 있게 집중했죠."
이선균은 과거 타이틀롤이라는 자리 때문에 극을 끌고 가야 했다. 하지만 '임금님과 사건수첩'에서는 그 부담을 내려놨다.
"그동안 주로 감정을 받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요, 이번에는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안재홍과 '덤 앤 더머' 처럼 편하고 즐겁게 놀면서 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지난 26일 개봉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같은 날 극장에 걸린 최민식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과 함께 쌍끌이 흥행 중이다.
이선균은 "긴 연휴의 대목에 가장 어울리지 않느냐"라며 "가족, 연인과 함께 식사 전후에 보기 좋은 가장 적합한 영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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