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기아차 노조의 결정은 외형적으로 보면 정규직이 비정규직들과 공생을 끝내고 쫓아낸 모양새다. ‘귀족노조의 기득권’ 행사라는 해묵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급조직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나 정의당의 유감성명도 그런 맥락이다. 노동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거나,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정규직들의 속마음이 드러났다는 측면만 보면 나올 법한 비판이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의 결별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닿는다. 무엇보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계약직·파견직 등으로 복잡한 노동시장의 후진성 문제다. 카스트 같은 고용노동시장의 ‘신분’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지면서 산업현장의 이해관계도 그만큼 복층구조가 됐다. 이번 사태의 촉발제가 된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대표적이다. 기아차에서 4000여명인 비정규직 중 1049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도 힘겹게 도달한 노사합의였다. 그런데도 비정규직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독자파업까지 벌였다. 정규직 전환에 우호적인 법원의 판결들까지 얽혀 사측은 사측대로 혼란과 어려움만 가중돼 왔다.
늘 개혁은 시늉에 그친 채 강성 노조들이 주도해온 우리 노동시장의 모순점은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 정규직을 100으로 봤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 62, 중소기업 정규직 52, 중기 비정규직 35인 임금구조(2015년, 노동연구원)는 그 결과일 뿐이다.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소득 격차에서 노동소득의 양극화가 진짜 문제라는 지적도 같은 차원이다. 근본 과제인 고용의 유연성 확보가 늘 뒤로 밀리면서 노동시장의 모순은 심화됐지만 국회부터 전체 근로자의 10% 남짓한 노조세력에 포위당해 과도한 노동권만 남아있다. 박근혜 정부 때 4대 과제라던 노동개혁이 당근책만 내놓은 채 국회에서 길을 잃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도 대선후보 중 누구도 노동개혁은 언급도 않고 있다. 그게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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