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집하는 TK 보수층
"동남풍 수도권까지 불면 해볼만"…2030은 "문재인 찍겠다" 많아
부동층 늘어나는 PK
젊은층 지지로 문재인이 크게 앞서
"보수 후보 분열돼 답답…홍준표 후보 관심 높아지고 있다"
[ 김태현 / 오경묵 기자 ] ‘5·9 대선’을 8일 앞두고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지역의 표심이 심상찮다. 그동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흩어졌던 영남 보수층이 ‘헤쳐모일’ 조짐이다.
홍 후보가 안 후보를 바짝 뒤쫓으며 초반 문-안 양강구도를 흔들고 있다. CBS노컷뉴스와 리얼미터가 지난 27~28일 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16.7%로 안 후보(20.9%)와의 차이를 4.2%포인트 오차 범위 내까지 좁혔다. 보수층의 ‘대항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TK·PK 민심이 막판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K 보수 노년층의 홍 후보 ‘쏠림’ 뚜렷
30일 대구 불로동 불로시장에서 만난 김모씨(65·여)는 “1주일 전만 해도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라 서로에게 물어보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또래들은 대다수가 홍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동에 사는 직장인 권모씨(52)는 “대선후보 TV토론과 지난 26일 홍 후보의 서문시장 눈물 유세 이후 마음이 크게 돌아섰다”며 “홍 후보 지지율이 15%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동남풍이 충청 강원 수도권까지 불면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오간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수층의 결집으로 홍 후보의 TK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지난 23~24일 TBC가 폴스미스에 의뢰한 조사에서 홍 후보는 31.8%로 안 후보(24.9%)와 문 후보(22.8%)를 처음으로 제치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20~30대 젊은 세대에서는 문 후보의 지지가 공고한 편이다. 경북 경산의 직장인 박모씨(38)는 “과거 선거가 진보의 분열이라면 이번 선거의 특징은 보수의 분열”이라며 “친구들도 문 후보를 찍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보수 세력의 대표주자로 꼽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씨(55)는 “유력 후보의 대선 정책이 공무원 증원, 의료의 공공성 확대 등 인기성 공약 일색”이라며 “사표가 되더라도 유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PK, 문재인 우세 속 부동표 늘고 있어
문·안·홍 후보의 고향인 PK 지역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와 홍 후보를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문 후보로 결집한 반면 보수층은 안 후보와 홍 후보로 갈린 게 원인이다. 부산진시장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이정광 씨(57)는 “부산시장 상인들은 보수후보들을 열광적으로 밀어줬는데 올해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며 “보수후보들이 힘을 합쳐도 이길지 모르는데 나뉘어 서로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은 “과거에는 보수후보가 한 명이어서 밀어줬는데 이번에는 신뢰감이 가는 후보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선거 당일 보고 찍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 29일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돼지갈비 맛집’을 찾은 김모씨(24·여)는 “젊은 층에는 청렴성을 이유로 문 후보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의 석유화학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48)는 “울산은 원래 보수적인 도시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보수당 이탈표가 문 후보와 안 후보로 양분되다가 최근 TV토론 등을 계기로 홍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울산 토박이인 박모씨(60)는 “울산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경합 속에서 홍 후보의 보수 유권자 흡수력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라며 “지난 총선 때 민심의 흐름을 봤을 때 한 후보가 40% 이상 득표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씨는 “TV토론에서 선전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있는 북구와 동구의 근로자 표를 얼마나 가져갈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경남·울산=김태현/대구·경북=오경묵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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