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영국 아냐?…애들레이드엔 도시의 품격과 여유로움이 있다
도시 곳곳에 공원과 울창한 숲
고풍스런 건물도 관광객 유혹
강변 따라 세그웨이 투어 해볼 만
세계 100대 와인, 10대 초콜릿 맛 보고
1905년 좌초된 난파선에서 다이빙 '풍덩'
호주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여행지는 드물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밀림과 사막, 형형색색의 산호초로 가득한 바다가 있는가 하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도시들은 각각의 개성과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들을 불러들인다. 캥거루와 코알라 등 오직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들도 호주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호주 하면 떠오르는 여행지는 시드니와 멜버른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퍼스나 울룰루 정도가 아닐까. “남호주 쪽 가봤어?”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이 지역으로 떠나는 변변한 패키지 상품조차도 없는 형편. 호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과 배낭여행자들이나 알음알음 찾아드는 정도다.
여행자들은 애들레이드 공항을 나와 시내에 들어섰을 때 영국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곤 한다. 남호주 여행의 관문이자 출발점인 애들레이드는 호주의 여러 도시 가운데 영국의 영향을 유난히 많이 받은 도시다.
1836년에 270여명의 영국 이민자가 정착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는데, 최초 이민자들은 애들레이드 초대 총독인 힌드마시를 따라 버펄로호를 타고 글레넬그 해안에 도착했다고 한다.
여유롭고 고풍스런 도시 애들레이드
에들레이드의 첫인상은 세련되면서도 차분하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조화롭게 어 울려 있다. 원래 애들레이드는 영국 정부가 자유 이민을 목적으로 만든 계획도시다. 애들레이드 지도를 보면 도시가 직사각형으로 재단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시가 성장한 뒤 정비 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 다. 이 때문인지 애들레이드 시내를 걷다 보면 왠 지 모를 품위와 한가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 유로움이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 곳곳에 자리한 공원과 울창한 숲도 이런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 몫한다.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를 쓴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은 이런 애들레이드를 두고 ‘아 름답지만 외로운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애들레이드 여행의 출발점은 빅토리아 광장이 다. 빅토리아 광장과 글레넬그 비치를 왕복하는 트 램의 출발점이기도 한데, 근처에 시청, 우체국, 대 법원, 버스터미널 등이 모여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비 라인’과 주요 시내버스도 이곳 을 경유한다. 광장 앞으로 노스테라스 거리가 이어진다. 애들 레이드대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등이 모여 있는 대학가인데 남호주 아트 갤러리, 남호주 박물 관, 보태닉 가든 등도 자리하고 있어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노스테라스 거리를 지나면 런들 스트리트다. 애 들레이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레스토랑과 바, 선물가게, 쇼핑몰 등이 모여 있다. 런들 스트리 트를 걷다 보면 커다란 초콜릿 가게인 ‘헤이그 초콜 릿(Haigh’s Chocolates)’을 발견할 수 있는데 꼭 한 번 들러볼만 하다. 벨기에의 고디바처럼 호주를 대 표하는 초콜릿이자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 제 초콜릿 가게다. 애들레이드뿐만 아니라 호주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10대 초콜릿 에도 당당히 선정됐다고 한다.
도심 즐기는 세그웨이 투어도 이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시장 구경을 빼놓을 수 없는 법. 센트럴 마켓은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호주 의 대표 시장이다. 남호주에서는 생산되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고기, 치즈, 해산물 등 풍부한 식재료를 접해볼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 객으로 늘 붐빈다. 시장 한쪽에 80개가 넘는 음식 점이 줄지어 늘어선 먹자골목도 있어 여행자를 행 복하게 한다. 호주 음식을 비롯해 스페인, 태국, 이 탈리아, 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애들레이드는 토렌스 강에 의해 남북으로 나뉜다. 토렌스 강변을 따라가는 세그웨 이 투어를 해볼 만하다. 세그웨이 사 용법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고 1시 간가량 도심투어를 한다. 세그웨이 를 타고 가다보면 커다란 건물이 눈길을 끄는데, 바로 페스티벌 센터다. 1960년부터 짝수 해마다 열리는 세계적 종합예술제인 ‘애들레 이드 아트 페스티벌’이 이곳에서 열린다. 애들레이 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축제의 도시로 1년 내 내 크고 작은 축제들이 끊이지 않는다.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 다 보면 산책을 즐기는 노부부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 잔디밭에 누워 한가롭게 책을 읽는 사 람들의 모습이 부럽게만 다가온다. 이들을 바라보 다 보면 딱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 바로 애들레이드다.
호주 대표 와인을 맛보다
이제 호주의 와인을 맛볼 차례다. 호주는 전 세계 와인의 4%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와인 수출국 가운데 4위 규모를 자랑한다. 호주 전역에 60여개 의 와인 산지가 있고 2000여곳의 와이너리가 있다. 호주 와인의 대표 산지가 바로 남호주다. 호주 와인 의 절반을 생산한다. 애들레이드에 호주 국립와인 센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 품종은 시라와 카베르네 소비뇽, 멜롯,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다.
와인 애호가라면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자동차 로 15분 거리에 자리한 펜폴즈(Penfolds) 와이너리 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 펜폴즈는 호주의 국보급 와인이다. 펜폴즈 한 병에 호주 와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와인의 최고 봉이라 불리며 세계 100대 와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펜폴즈의 역사는 18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한 크리스토퍼 로손 펜폴즈 (Cristopher Rawson Penfolds)는 그의 부인 메리 펜폴즈, 딸과 함께 애들레이드에 정착하면서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입수한 포도 묘목을 심고 맥길 지역에 100㏊ 규모의 포도밭을 조성한다. 펜폴즈 처음에는 환자 치료를 위한 ‘강화 와인(fortified wine)’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환자들이 의료 상담보다 와인 때문에 더 많이 온다는 것을 알고는 와이너리로 업종을 전환, 다양한 품종을 아우르는 와이너리로 성장한다. 지금도 남호주 와인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고 있고 1999년에는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그랜지 1955년 빈티지가 ‘세기의 와인(wine of the century)’에 선정되기도 했다.
펜폴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 1951년 첫 생산을 시작한 펜폴즈 그랜지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와인으로 장기 보관성, 응집력, 밸런스 등에서 기존 호주 레드 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955년 8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그랜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하고 응집력이 뛰어난 드라이 테이블 와인”이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이후 그랜지는 호주 와인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호주 와인의 명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든다.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바로사 밸리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1842년에 유럽 이주자들이 처음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와인을 내놓으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약 150개의 와이너리와 셀러 도어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신선한 제철 농산물, 호주식 바비큐를 맛보는 것을 권한다.
야생의 보고 캥거루 섬
‘호주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캥거루 섬이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남호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애들레이드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면적 4500㎢에 인구는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캥거루 섬은 1802년 영국 탐험가 매튜 플린더즈가 처음 발견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나무를 태운 흔적도 없었다. 탐험대는 곤봉으로 캥거루 몇 마리를 사냥해 잔치를 벌이고 이 섬을 ‘캥거루 아일랜드’라 이름 붙였다. 지금 캥거루 섬에는 플린더즈 체이스 국립공원을 비롯해 21개의 자연 보전 지역과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30여종의 동물과 250여종의 새, 90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바다사자와 펠리컨을 비롯해 뉴질랜드 물개, 야생 코알라, 검은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이 살아간다. 왈라비, 오리너구리 같은 야생동물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60종은 오직 캥거루 섬에만 서식하는 종이라고 한다. 실베이 해변은 바다사자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킹스코트 부두에서는 펠리컨을 만나기도 했다. ‘한슨 베이’ 보호구역은 코알라의 보금자리다.
기묘한 바위의 보고 리마커블 록
캥거루 섬을 찾은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실 베이(Seal Bay)’다. 호주 바다사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수백 마리 바다사자가 바로 눈앞 해변에서 늘어져 누워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여행객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헤엄치다가 모래밭을 뒹굴거리다가 잠이 든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가까이 갈 수는 없다. 항상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있어야 하며 절대로 바다사자 근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캥거루아일랜드를 여행한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캥거루 섬에는 신기한 바위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리마커블 록(Remarkable Rock)’이다.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바위들이 누군가 일부러 갖다놓은 듯 화강암 암반 위에 서 있다. 설치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석양 무렵이 아름다워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토 스팟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외에도 케이프 월러비에는 옛 등대지기의 오두막이 복원돼 있으며 1905년에 좌초된 난파선 ‘포틀랜드 마루’와 ‘로크 벤나차르’에서 다이빙도 즐길 수 있다.
캥거루 아일랜드 곳곳에는 신선한 해산물을 내는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케이프 윌러비’에는 캥거루 아일랜드 최초의 와이너리가 자리해 있으니 방문해 볼 것. 이곳은 섬 내에서도 가장 큰 와인 저장소로 뽑힌다.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해 홍콩을 거쳐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애들레이드 시내에 크라운 프라자호텔을 비롯해 호텔이 많이 있다. 애들레이드 보타닉 가든 레스토랑은 보타닉 가든 내에 자리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다양한 호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렌버그 와인에서는 남호주 와인 시음뿐만 아니라 직접 블랜딩해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펜폴즈 맥길 에스테이트는 미리 예약하면 편하다. 애들레이드에서 캥거루 아일랜드까지는 배로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링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캥거루 섬에는 아담한 호텔과 산장이 많다. 머큐어캥거루아일랜드롯지는 항구와 킹스 코트 공항에서 30분 거리. 선셋푸드&와인은 캥거루 섬의 해산물과 와인으로 멋진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애들레이드(호주)=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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