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노무라 하루, 연장끝 우승
시즌 첫승…통산 3승 달성
[ 이관우 기자 ]
“배고파….”
노무라 하루(24·한화)는 일본인이다. 하지만 한국말을 더 잘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문민경이란 이름으로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나갔다. 1일 강풍과 쌀쌀한 날씨 속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오브아메리카텍사스슛아웃 4라운드에서도 그는 한국어로 혼잣말(배고파)을 연발했다. 그도 인정한다. “일본어나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하다”고 평소 말하곤 한다. 프로골퍼로 크기 위해 아버지의 나라 일본 국적을 택했다는 그를 ‘80% 한국인’으로 부르는 이유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한국계’ 노무라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골프장(파71·6441야드)에서 열린 텍사스슛아웃을 제패했다. 자신의 시즌 첫승이자 통산 3승째. 4라운드에서 5오버파 76타를 쳐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적어낸 그는 동타를 기록한 크리스티 커(미국)를 연장 6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물리치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우승에 배고팠던 그다.
초속 15~20m를 넘나드는 강풍 속에서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이날 공동 2위로 우승 경쟁을 시작한 박인비(29·KB금융그룹)와 ‘노련미의 끝판왕’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나란히 9오버파 80타를 쳤다.
박인비는 15번홀(파4)에서 해저드에 공을 두 번이나 빠트린 탓에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날개가 꺾였다.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로 아마추어 첫승을 노리던 성은정(18·영파여고) 역시 이날 하루에만 15오버파를 치며 고개를 숙였다.
노무라는 바람에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에 그는 2위권을 5타 차로 따돌렸다. 후반 16번홀까지만 해도 우승 전선에 이변이 없는 듯했다. 17번홀(파3)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노무라가 홀 바로 앞에서 친 칩샷이 뒷바람을 타고 그린 반대쪽 워터해저드 앞까지 굴러떨어졌다. 세 번째 샷마저 다시 제자리로 굴러내려왔다. 더블 보기를 기록한 노무라는 같은 홀에서 버디를 낚아낸 커에게 1타 차 단독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 승부를 연장으로 돌렸다. 노무라는 연장 여섯 번째 홀에서 우드로 2온에 성공한 뒤 탭인 버디로 파에 그친 커를 제압했다. 노무라는 “춥고 바람부는 날을 즐기곤 한다”며 “다음엔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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