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이랜드, 리테일 지분 69% 6000억에 매각

입력 2017-05-01 21:01  

PEF 컨소시엄에…이랜드그룹, 내달 3000억 우선주 상환부담 해소

경영권 유지하며 '급한 불' 꺼
2년내 상장 못하면 경영권 넘어가



[ 정영효/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1일 오후 4시

이랜드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큐리어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 컨소시엄에 매각한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주식형채권 3000억원의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고 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게 됐다.


◆리테일 지분 넘겨 상장 전 자금조달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큐리어스와 큐캐피탈, 프랙시스캐피탈, 엔베스터 등 5곳의 PEF 컨소시엄은 총 6000억원을 들여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인수하기로 이랜드그룹과 최종 합의했다.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방식이다. 거래가 끝나면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 지분 29%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남게 된다. 2년간 경영권을 보장받지만 2019년 상반기까지 이랜드리테일을 상장(IPO)시키지 못하면 큐리어스 PEF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이랜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과 NC백화점 등 전국에 52개 매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1226억원에 26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사가 보유한 33개의 부동산 가치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외식·레저사업을 하는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당초 회사를 상장시켜 3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떨어뜨리려 했지만, 이랜드파크의 임금 체납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상장을 내년 상반기로 늦추는 대신 프리IPO를 추진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원활한 상장을 위해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파크의 경영권 지분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사들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른 계열사 지원금지’ 조항 추가

이랜드리테일 지분 매각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큐리어스 컨소시엄이 4000억원을 조달해 이랜드리테일 지분 46%를 사들인다. 보통주(1 대 1 비율)로 전환된 전환상환우선주(RCPS) 3000억원어치를 포함한 지분이다. 이로써 이랜드리테일은 다음달 19일이 만기인 RCPS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큐리어스 컨소시엄은 지난달 28일 KB증권으로부터 빌리기로 한 인수금융(M&A 대출금) 2000억원을 포함해 투자자(LP) 모집을 마쳤다.

이어 큐리어스 컨소시엄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이 SPC를 통해 이랜드리테일 지분 23%를 2000억원에 인수한다. 인수대금 2000억원은 SPC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이랜드월드가 사는 방식으로 마련한다. SPC의 사모사채 인수대금 2000억원을 빼면 이랜드그룹은 현금 1000억원을 포함해 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게 된다.

별도의 SPC가 이랜드에 발행한 채권 판매대금으로 지분을 사는 복잡한 구조를 짠 것은 진성매각(true sale: 이면계약 등을 통한 형식적인 거래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분거래)을 위해서다. ‘부실 계열사 지원 가능성’과 ‘과도한 설비투자’가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은 ‘BBB’로 부실채권 등급보다 불과 두 단계 높다.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이랜드리테일이 다른 이랜드그룹 계열사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추가로 포함됐다.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비용도 줄이기로 했다. 대신 이랜드그룹은 콜옵션(매수권리)을 갖고 재무구조가 좋아지면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다.

큐리어스 컨소시엄은 이달 중순 본계약(SPA)을 맺고 다음달 19일까지 거래를 마치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은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3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우량한 회사”라며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이었던 RCPS를 상환하고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없애면 신용등급 하락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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