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이재용과 뇌물수수 합의, 어떤 내용인지 밝혀달라"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함께 재판
신동빈 회장 "사실 다르고 법리 의문, 70억원 출연 지시한적 없다"
특검 "증인 신문때 밝힐 것"
[ 이상엽 기자 ]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역사적 ‘탄핵재판’의 막이 올랐다.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불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신 회장도 사실관계가 다르고 법리도 의문이 많다며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시작될 첫 정식 재판 때부터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공소장 ‘모순’ 조목조목 반박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측에는 유영하·채명성 변호사와 수석부장판사 출신인 이상철 변호사가 출석했다. 최순실 씨 측에선 이경재·권영광·최광휴 변호사, 신 회장 측에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의 백창훈 변호사 등 세 명이 출석했다.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원석(48·27기)·한웅재 부장검사(47·29기) 등 6명이 나와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공소 사실을 밝혔다.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수사 기록이 너무 방대해 전부 검토하지 못했다”면서도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불명확한 점들이 있다”며 검찰 측에 ‘석명’을 요구했다. 석명은 소송 쟁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실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입증하는 절차다.
유 변호사는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의 모호함과 추정을 앞세운 점 등을 지적했다. 공소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뇌물수수 합의에 따라’라고 적힌 부분이 있는데, 뇌물수수 합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이 부회장이 기업활동에 불이익을 받게 될까 두려워 지원금을 낸 것인지, 아니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해서 지원한 것인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 복합적으로 생각해 지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요청한다”고 했다. “공소장에 적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뇌물수수 합의에 따라’의 ‘합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도 설명해달라”고도 했다.
◆법리적용에도 문제점 제기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도 이어졌다. “공소장에서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피해자로 기업체 대표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대표 개인과 법인 중 누구를 피해자로 본 것인지 정리해 달라”며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돈은 법인의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과 정현식 전 사무총장, 고영태 씨 등을 공범으로 적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이 행위를 직접 실행한 세 사람을 공범으로 본 것인지, 공범으로 봤다면 왜 공범으로 혐의 적용을 안 했는지, 공범으로 안 봤다면 신분을 어떻게 본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 변호사는 롯데그룹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을 통해 받은 출연금 70억원에 대해 강요·직권남용 혐의와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함께 적용된 것 또한 지적하며 “하나의 사실행위에 대해 법리 판단만 달라졌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제3자 뇌물수수 공범에서 배제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퇴진을 강요한 혐의도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CJ가 걱정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만으로 강요죄가 성립될 조건인 ‘해악의 고지’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인지 설명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한웅재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의 18가지 범죄 사실을 조목조목 짚었다. 유 변호사의 해명 요구에 대해 검찰은 “증거조사·증인신문 등을 통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섞여 있다”며 “재판부가 범위를 제한해주면 충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신동빈도 혐의 전면부인
최씨와 신 회장 측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70억원을 제공한 롯데가 피해자이기도 하고 범죄자이기도 한 검찰의 주장은 형사법리상 성립할 수 없다”며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도 “공소 사실은 사실과 다르고 법리적으로도 의문이 있다”며 구체적인 의견은 추후 밝히기로 했다.
이 같은 피고들의 요청에 재판부는 “삼성과 롯데의 재단 출연금,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금 등에 강요·직권남용과 뇌물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며 ‘실체적 경합’(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으로 판단한 이유를 추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23일부터 정식 심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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