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업체 15년 걸리던 '판매액 2조' 5년 만에 달성
1시간이 표준이던 업계에 40분 방송 파격 편성
빅데이터 활용한 맞춤상품 추천 큐레이션 서비스
[ 안재광 기자 ]
“마감이 임박했습니다. 곧 매진됩니다.”
홈쇼핑 쇼호스트들이 쓰는 대표적인 말이다.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불안감을 부추기는 판매수법이다. 그러나 홈앤쇼핑 쇼호스트들은 이 말을 하지 않는다. “방송할 때 못 사면 모바일로 사세요”라고 안내한다. 홈앤쇼핑은 작년 11월엔 모든 방송 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40분으로 줄였다. ‘최소 1시간은 방송해야 팔린다’는 불문율에 도전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홈앤쇼핑의 시간당 매출은 이전보다 더 늘었다. 다른 홈쇼핑 회사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설립한 홈앤쇼핑은 후발주자다. 하지만 ‘나만의 길’을 개척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수두룩한 홈쇼핑업계에서 ‘트렌드 리더’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바일 비중 80%에 육박
2012년 방송을 시작한 홈앤쇼핑은 초기부터 차별화에 승부를 걸었다. 모바일이었다. 다른 홈쇼핑사들이 잘하는 TV홈쇼핑에서 경쟁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홈앤쇼핑은 2013년 말 ‘텐텐 프로모션’을 도입했다. 모바일로 물건을 구입하면 10%를 깎아주고, 구입금액의 10%를 적립해주는 것. 모바일로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이렇게 하면 방송이 죽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강남훈 홈앤쇼핑 사장은 밀어붙였다. “사람들이 TV를 안 보는데 방송 채널에 의존해선 답이 없다”고 말하면서.
효과는 나타났다. 모바일 판매액이 2014년 3862억원에서 2015년 927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홈앤쇼핑은 지난해 판매액 2조원을 돌파했다. GS홈쇼핑 CJ오쇼핑 등이 15년가량 걸렸지만 홈앤쇼핑은 5년이면 충분했다.
작년 홈앤쇼핑은 전체 판매액의 76.9%를 모바일에서 팔았다. 다른 홈쇼핑 회사들도 ‘텐텐’을 따라왔다. 하지만 모바일 비중은 3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올린 강 사장은 요즘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다른 홈쇼핑이 아니라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업체”라고 말한다.
‘짧은 방송’으로 더 많은 상품 소개
‘40분 방송’은 상식에 도전한 결과다. 홈쇼핑업계에선 1시간 방송이 ‘표준’이었다. ‘채널 돌리기→홈쇼핑 시청→구매 충동→고민→주문’으로 이어지는 데 최소 1시간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방송 4시간을 포함해 하루에 많아야 20개 상품밖에 소개할 수 없었다. 홈앤쇼핑은 더 많은 제품을 소개할 방법을 찾았다. 시간 쪼개기였다. 이것도 모바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매 충동과 고민이라는 소비자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 방송을 보고, 모바일에서 사게 하는 ‘텐텐’과 비슷한 전략이었다. 방송 시간이 줄자 하루에 소개하는 상품 개수는 30여개로 늘었다. 현대홈쇼핑, CJ오쇼핑도 짧은 방송 대열에 합류했다.
꼴등 강조하며 차별화
홈앤쇼핑은 국내 여섯 번째 TV홈쇼핑이다. 출범 초기 경쟁자는 막강했고, 인지도와 자본은 부족했다. 중소기업 전문 방송이란 ‘핸디캡’도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출신으로, 홈쇼핑 경험이 전무하던 강 사장은 “어차피 꼴등인데 다르게 해보자”며 홈앤쇼핑만의 길을 찾았다. 광고에도 “우리는 꼴등이다”란 문구를 넣었다. 스스로를 ‘홈쇼핑 문외한’이라 부른 강 사장은 “남보다 더 많이 배우겠다”며 직원들과 함께 길을 찾았다. 매일 오전 7시30분 본부장, 팀장 등과 머리를 맞댔다.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여기서 다 짰다. 아이디어는 곧장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다른 대기업 계열 홈쇼핑 회사들보다 의사결정 단계를 크게 단축했다.
홈앤쇼핑의 ‘남다른 시도’는 진행형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의 과거 구매내역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매 패턴을 분석해 앞으로 뭘 사야 할지 알려준다. 직접 본 상품, 관련 있는 상품,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상품 등으로 분류해 제시한다. ‘큐레이션’이란 이름으로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디오 커머스 ‘길어야 1분’ 전용 매장도 열었다. 기존 홈쇼핑 방송의 격식을 치우고 자유롭게 상품 정보를 담은 1분짜리 영상이다. 영상을 보다 클릭하면 바로 구매로 이어진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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