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미래 AI에 물어봐"
데이터를 알고리즘화
대출심사·가상비서 등 인간의 영역 속속 대체
"투자는 인간이 경쟁우위"
데이터량 늘어날수록 인간의 지능 더 중요해져
AI는 정확한 판단 도울뿐
[ 이심기 기자 ]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금융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틀째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의 화두는 AI와 데이터였다. 금융산업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과 투자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보조역할에 머물 것이란 논쟁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AI가 연체 여부까지 예측”
핀테크(금융기술) 대출업체 소파이(SoFi)의 마이크 캐그니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으로 단 1초 만에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며 “고객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거부당한 고객을 배려하기 위해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초시계를 모니터로 보여주지만 결과는 신청과 동시에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AI를 활용해 고객 가상비서(버추얼 어시스턴트)와 콜센터,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업무를 하고 있다. 브라이언 친 글로벌마켓 CEO는 “콜센터 직원의 50%를 AI가 대체하고 이상거래를 포착해 차단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전했다.
온라인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은 고객 거래내역을 분석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새로운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루이즈 펜틀랜드 수석부사장은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로 고객의 수입과 신용도, 연체 여부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혈관과 같아”
톰 팔리 뉴욕증권거래소(NYSE) 대표는 “데이터 전송방식이 과거 수신호에서 전보, 전화, 인터넷을 거쳐 지금은 레이저를 활용한 초단타 거래로 발전하면서 데이터양이 급속도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래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경쟁우위로 삼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퀀트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월드퀀트’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시장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초과수익(알파)을 올리고 있다. 창업자인 이고르 툴친스키 CEO는 “데이터는 사람의 신체로 따지면 혈관과 같다”며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만들고, 이를 투자전략으로 활용해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퀀트는 600명의 직원을 두고, 20개 지사에서 확보한 각 데이터를 연결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퀀트 투자기법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 시그마의 노벨 굴라티 CEO는 “빅데이터에 근거한 알고리즘은 펀드매니저의 사고방식과 같다”며 “앞으로 기술발전에 바탕을 둔 급격한 시장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인간이 경쟁우위”
반면 투자 분야는 인간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푸르덴셜 파이낸셜그룹 자산운용사인 PGIM의 데이비드 헌트 CEO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지능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기술과 데이터는 정확한 투자판단을 지원하는 역할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인 핌코(PIMCO)의 임마누엘 로만 CEO는 “적어도 채권투자 분야에서는 액티브 투자가 경쟁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지수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가 낮은 수수료와 안정된 수익률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핌코의 투자내역을 분석한 결과 채권 부문에서는 패시브 투자가 액티브 투자를 능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액티브 채권펀드가 ETF 수익률을 앞섰다고 지적했다. 온타리오 교원연금의 론 목 CEO는 “각각의 데이터가 갖는 유효기간은 초단기에 그친다”며 “거래 데이터를 축적해 투자에 활용하는 것 못지않게 중장기적 관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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