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컨슈머리포트 '최고' 평가
올 레드닷·iF디자인상 수상
독일 소비재전시회서 혁신상
일본서 파나소닉·테팔보다 2만엔 이상 비싸게 팔려
[ 오경묵 기자 ]
대구 침산동에 본사를 둔 엔유씨전자(회장 김종부) 9층 회의실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특허 등록한 주력 제품 50여개가 전시돼 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 제품으로,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iF디자인어워드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은 신제품들이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소비재전시회인 독일 암비엔테에서 키친이노베이션상도 받았다.
올해로 창립 39주년을 맞은 엔유씨전자의 특허·디자인 경영이 지방 중견기업을 세계시장 강자로 변신시키고 있다.
엔유씨전자는 과일을 통째로 넣을 수 있는 원액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해 80여개국에 91개 해외특허를 등록했다고 3일 발표했다. 과일을 칼로 자르는 과정의 산화와 영양소 손실을 막고 편의성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그 덕분에 2010년 79만5000달러이던 수출은 지난해 4298만달러로 약 54배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570억원의 85%가 수출에서 나왔다.
김종부 회장이 수출에 본격 나선 것은 2007년이다. 1980년대 녹즙기와 믹서를 연간 50만대 생산하면서 내수시장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량 유입됐기 때문이다. 수출 브랜드는 ‘쿠빙스’다.
2007년 미국 시카고 가정용품박람회에 2억5000만원을 들인 대규모 홍보부스로 해외시장에 처음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참담했다.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2008년과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회계사가 “또 해외에 나가면 책상을 들어내겠다”고 할 정도였지만 김 회장은 또 나갔다. 2010년 8만5000달러라는 적지만 의미있는 첫 주문을 따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0여개 해외전시회에 참가했다. 김 회장은 “주방가전 국제전시회에서 삼성이나 LG처럼 대규모 홍보부스로 꾸준히 브랜드를 각인시킨 것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제품은 일본시장에서 파나소닉과 프랑스 테팔 등 동종 제품보다 2만엔 이상 비싸게, 중국산보다는 다섯 배 이상 높은 고가에 팔린다.
김 회장은 2015년 국가기술표준원·인증기관과 함께 세계 가전시장의 규격을 정하는 국제전기표준회의(IEC)에서 원액기 투입구 부분 IEC 표준규격을 이끌어냈다. 그는 “규격전쟁에서 뒤지면 아무리 노력해도 선진국을 이길 수 없다”며 “국제표준을 우리 제품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했기 때문에 수출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15년 바이오·디자인연구소, 금오공대연구소 등 연구소를 네 개로 늘렸다. 전체 직원 200여명 가운데 40명이 연구원이다. 김 회장은 “특허 유지 비용만 연간 10억원이 들지만 특허와 규격, 해외 마케팅은 글로벌 경영의 필수 요소”라며 “올해 수출 목표를 7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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