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미래의 동료다. 부모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돌봐야 할 소중한 사람이다. 먹고 입는 일만큼이나 읽고 생각하는 일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어린이들은 책을 잘 안 읽는다’고 말하기 전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멋진 책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이들은 ‘학습 연계 도서’ 읽기에 지쳐 있다. 아이의 마음에 맞는 책을 사주는 어른은 드물다. 가까운 이모, 삼촌, 고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재미있는 책 한 권을 골라서 아이에게 안겨준다면 사려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최근 출간된 아동도서 중 “이런 책도 다 있었어?” 하면서 아이들이 마음에 쏙 들 만한 책 열 권을 골라 연령대별로 소개한다.
그림이 익숙한 미취학 아이들은
《누가 그림책》 시리즈 아기 그림책. 스웨덴의 아기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은 베개를 닮아서 포근하다. 주인공은 “누가 했어?”라고 당당하게 질문을 던지며 세계를 탐구한다. 어른에게는 아기와 평등하게 대화하는 법을 일러준다. 스웨덴 아동문학상 ‘엘사 베스코브’를 수상한 스티나 비르센의 연작. (스티나 비르센 글·그림, 기영인 옮김, 문학과지성사)
《간질간질》 내가 여러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신날까. 한꺼번에 아빠와 엄마에게 매달리기도 하고, 다 함께 멀리 놀러가도 좋겠다. 머리카락을 뽑았더니 모두 ‘나’로 변신했다는 신기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통쾌한 장면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외동 어린이들이 더 좋아할 만한 그림책. (서현 글·그림, 사계절)
《왜냐면》 하늘에서 왜 비가 내리는지, 새들은 왜 우는지 아이는 묻고 엄마는 대답한다. 그런데 엄마의 대답은 아이의 상상을 따라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이의 바지가 왜 빨랫줄에 걸려있는지 끝까지 발설하지 않는, 아이의 자존감을 한껏 존중하는 이야기. 그림이 더없이 평화롭다. (안녕달 글·그림, 책읽는곰)
《소중한 하루》 동네 아이 모두가 사랑하는 ‘만나떡볶이’가 옆 동네 꿀단지마을로 이사를 갔다. 똘이와 욱이는 그리운 떡볶이를 찾아서 모험을 떠난다. 굴다리는 악마의 입처럼 무시무시하기만 하고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우정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 (윤태규 글·그림, 그림책공작소)
호기심 많은 초등학교 1~3학년은
《아빠 얼굴》 아빠 얼굴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받은 파랑이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려야 진짜 아빠처럼 될지 고민이다. 눈썹, 콧잔등 구석구석 들여다보다가 아빠의 숨겨진 따뜻함을 알게 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얼굴을 그려주면서 한 번 서로를 꼭 안아주는 건 어떨까. (황K 글·그림, 이야기꽃)
《찾아라, 동물의 왕국》 동물을 좋아한다면 유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가로 33.5㎝, 세로 50㎝의 큰 그림책이다. 북극, 농장, 정글, 숲, 바다, 초원 등 여섯 가지 테마에 따라 150여 종의 동물 그림이 등장한다. 강렬한 색과 힘이 넘치는 동물 그림은 구석구석 꼼꼼히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로르 뒤 파이 글·그림, 보림)
《우리 동네 택견사부》 용감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린이들이 택견 사부로부터 부드럽고 섬세하게 참된 용기를 배우는 이야기. 성미산 아랫마을 택견 선생 이홍표 씨는 이 작품에 영감을 준 실존 인물이다. 이명애 작가의 택견 동작 그림이 생생하고, 그림책 속 문장들은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다. (공진하 글, 이명애 그림, 창비)
《느티나무 늪에 용이 산다》 엄마와 아빠 말만 듣고 300년을 한 자리에서 기다렸지만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꼬마 용이 어느 날 나에게 도움을 청해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용이 부탁하는 것은 세상 어린이들이 용의 존재를 믿게 해달라는 것이다. 겁 많은 어린이의 마음을 환하고 다정하게 읽어낸 저학년 동화. (우미옥 글, 이주현 그림, 좋은책어린이)
사춘기 앞둔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제후의 선택》 세상이 기대만큼 멋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사춘기 어린이의 마음을 묵묵하게 달래주는 단편동화집. 어른들의 이면에 실망하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 어린이에게 권한다. 소설로 넘어가기 전 문학의 느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단편들이다. (김태호 글, 노인경 그림, 문학동네)
《롤러 걸》 친구의 한 마디 때문에 온 세상이 밝았다가 어두컴컴했다가 하는 사춘기 어린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들과 함께 롤러더비 경기에 뛰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여자 어린이들의 건강한 도전과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래픽 노블. (빅토리아 제이미슨 글·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김지은 < 아동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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