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이어 세계 세 번째…중국 항공사·리스업계 570대 주문
미국 GE·프랑스 샤프란 등 해외기업서 엔진·브레이크 핵심부품 조달
'중국 제조' 아닌 '중국 조립' 논란
[ 김동윤 기자 ]
중국의 첫 국산 중대형 여객기인 C919가 5일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첫 시범 비행을 시작했다. 미국과 프랑스에 이은 세계 3대 중대형 여객기 제조 국가로의 도약을 노리는 중국의 ‘항공굴기’가 본격화됐다.
C919는 그러나 엔진, 브레이크, 착륙 기어 등 핵심 부품 제작을 서구 기업에 의존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의미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국산 여객기 비행에 들뜬 中 대륙
이날 오후 열린 C919 이륙 행사에는 중국 공산당 고위관계자, 국내외 항공업계 관계자, 외신기자 등 모두 2000여명이 참석했다. CCTV 신화통신 등 중국 주요 언론은 C919가 성공적으로 이륙하자 관련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중국의 첫 국산 중대형 여객기에 대한 중국 사회의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시절인 2008년 중대형 여객기 국산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항공기 시장을 미국 보잉, 프랑스 에어버스 등과 같은 외자 기업이 독식하는 것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C919 제작은 중국의 중앙국영기업인 중국상업항공(COMAC)이 주도했다. 중항비행기, 중항공업, 바오산강철 등 대형 국영기업도 힘을 보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C919 제조 프로젝트에는 중국 내 200여개 기업과 36개 연구기관에서 10만여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COMAC는 7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2015년 11월 C919 출고식을 했다. COMAC는 시험 비행을 거친 뒤 내년에 C919를 상업비행에 투입할 계획이다.
◆中 시장 점유율 3분의 1 목표
C919는 보잉의 보잉737과 에어버스의 A320을 겨냥해 개발된 중대형 여객기다. 좌석수, 최대 항속거리 등이 모두 보잉737 및 A320과 비슷하다. COMAC 측은 중국 국적 항공사 및 리스업계 등으로부터 이미 570대의 주문을 받아둔 상태다. 에어버스 측은 “중국산 대형 여객기가 에어버스와 보잉의 ‘심각한 경쟁자’가 되기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OMAC는 중국 내수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항공기 시장으로 올라섰다. 2034년이면 미국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COMAC는 2035년까지 중국 여객기 시장 점유율을 3분의 1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C919가 상업운항에 투입될 준비를 마치면 중국 정부는 분명히 자국 항공사에 국산 항공기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라고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 부품업체 15개사 참여
싱가포르 시장조사업체 크루셜퍼스펙티브의 코린 팡 이사는 “C919가 중국 항공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 중대형 여객기 탄생을 축하하고 있지만 핵심기술의 상당 부분을 서구 업체에 의존했다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C919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최소 15개의 서구 기업이 핵심 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령 항공기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샤프란이 합작으로 설립한 CFM이 공급했다. 또 비행조정시스템, 휠, 브레이크, 내비게이션시스템 등은 미국의 허니웰이 담당했다.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스트래티지의 위잔푸 이사는 “핵심 부품을 자체 기술로 제작했으면 중국의 첫 국산 중대형 여객기의 완성 시점은 훨씬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C919 제작을 지휘한 바오펑리 COMAC 프로젝트매니저는 “중국산 여객기가 반드시 모든 부품을 중국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며 “C919에 부품을 공급한 글로벌 부품사들은 보잉과 에어버스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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