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계약 해지 빈번
가짜 임차인 동원한 사기 분양
주변 임대 시세 등 꼼꼼히 확인을
[ 윤아영 기자 ]
몇 년 전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이모씨(65)는 지난해 초 수도권 A신도시의 상가를 분양받았다. 전용면적 66㎡에 분양가는 10억원으로 비쌌지만 프랜차이즈 업체와 5년 선임대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시행사에서는 2년간 이씨에게 임차인 대신 임대료를 내주며 투자 수익률 7%(월세 500만원)를 보장해 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 뒤 임차 업체가 매출 저조를 이유로 폐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행사는 한 번 임차인을 맞춰 줬기 때문에 다음 임차인은 이씨가 직접 구해야 하고, 초기 임차인과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임대료도 대신 내줄 수 없다고 나왔다. 이씨는 다른 임차인을 찾았지만 월 200만원대에도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매장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을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간신히 임차인을 구했지만 이씨는 임대료로 생활비를 하기는커녕 대출 이자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장기 렌트프리는 ‘독’
지난해부터 신도시 상가분양시장에서 임차인을 미리 확보한 선임대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의 두세 배 수준인 투자 수익률이 보장되고, 공실 우려도 덜 수 있어 비싼 분양가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선임대 상가는 공실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행사가 임차인 유치를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를 제시하면서 그 기간 동안 임대인(상가 매입자)에게 임대료를 대신 보장해 주기도 한다. 임차인은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 좋고, 임대인은 초기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가 만족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렌트프리 제공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임차인이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었어도 1~2년 새 폐업하고 나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시행사에서 보증하는 기간이 지난 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광교신도시, 위례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인천 청라국제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최근 2~3년 새 분양한 상가 중 초기 임차인이 1년 안에 바뀐 경우가 전체의 30%를 넘는다. 역세권의 한 상가는 1층의 절반 이상이 1년 새 폐업했다. 임대인은 공실을 메꾸기 위해 3~6개월가량의 ‘깔세(선납형 단기 임대)’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가 ‘옥석 가리기’ 신중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장 임차인’을 동원한 편법 분양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양 대행사가 선임대를 내세워 분양 계약을 맺지만 입점이 임박할 무렵 임차인이 입점할 수 없게 됐다며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분양 대행사는 임대차 계약 유지까지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윤병한 상가114 대표는 “선임대 상가를 분양받을 때는 반드시 임차인 본인과 계약을 맺고, 계약금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사가 보장하는 높은 투자 수익률이 실제 가능한 수치인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위례신도시 근린상가 분양가(이하 1층 기준)는 3.3㎡당 4500만~4900만원대다. 하남 미사강변도시와 동탄2신도시도 3.3㎡당 3000만원 중후반대다. 이 분양가 수준의 66㎡ 상가에서 투자 수익률 7% 이상을 거두려면 임대료를 월 400만원 이상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도시 조성 초기에는 유동인구가 적어 프랜차이즈 업체더라도 그 정도 월세를 지급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2년간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대신 내주더라도 분양할 때 몇 억원 비싸게 파는 게 더 유리하다”며 “투자 수익률과 임차인 확보에 현혹돼 투자를 결정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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