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새 내각이 곧바로 들어서지 못하는 만큼 정권 초반 국정철학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게 각 후보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위원회가 역대 정부마다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폐해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위원회가 가장 많았던 때는 노무현 정부 말기로 579개에 달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위원회의 대대적 정비를 약속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2010년 431개까지 줄었던 위원회는 지난해 554개로 늘었다.
역대 정부마다 위원회를 만든 명분은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행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원회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은 게 사실이다. 이미 결정해놓고 요식행위로 위원회를 이용하기도 했으며, 캠프 인사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써먹기도 했다.
후보들이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주요 정책결정을 하겠다고 공약한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결정(문 후보)하거나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안 후보)하는 것은 여간해서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 장애’ 현상을 빚기 십상이다.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에 노동개혁을 맡겨놨다가 표류하고 있는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후보들은 상당수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배치된다. 주요 후보들이 내각에 힘을 싣겠다고 공약한 만큼 대통령이 되면 장관이 책임지고 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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