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철도시설공단의 수상한 입찰

입력 2017-05-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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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


[ 이해성 기자 ] 고속철도(KTX) 신호제어시스템 개량사업을 두고 발주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주변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낡은 시스템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철도공단은 지난 1월 KTX 경부선 광명~동대구역 신호제어시스템 개량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2012년 8월 설계용역을 시작한 사업이다. 1차 입찰 땐 LS산전·대아티아이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문제는 그다음 불거졌다.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시스템업체 A사는 “신호제어시스템을 구성하는 2개 시스템(ATC·IXL)을 분리발주해야 한다”고 지난 3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초 이들 시스템은 통합발주됐다. 철도공단은 민원 이후 사업계획을 재검토하겠다며 지난달 초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석연치 않은 행정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LS산전 측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민원 때문에 국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LS산전과 이번 입찰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A사가 추후 사업을 따내기 위해 부당한 민원을 철도공단 측에 넣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철도공단의 말은 다르다. 어떤 시스템이 최적일지 판단이 안 끝났다는 주장이다. 공단 시설개량처 관계자는 “분리발주로 바꾸는 게 적절한지 내외부 검토를 진행했다”며 “업체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다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로섬 게임’인 수주전에선 상대 측에 대한 비방, 로비 등이 횡행한다. 그러나 안전사업만큼은 달라야 한다. KTX 신호제어시스템은 만들어진 지 20년 가까이 됐다. 열차 간 간격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칫 잘못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7일 철도안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철도시설 노후도가 높다”고 자인했다. 대형사고를 제로(0)로 막고, 주요 철도사고를 전년보다 20% 줄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런 거창한 목표보다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시설 개량 사업을 3~4년씩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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