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직 하다 식품업 창업
지식 갈증에 40대 때 박사 학위
지난해 수박소다 500만개 팔려
"수박맛 구현 어려워 3년간 개발"
[ 김정은 기자 ]
“버섯과 수박, 소뼈 등에서 고기능성 원료를 뽑아내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쉽진 않지만 성장성은 무궁무진하죠.”
김성규 에스에프씨(SFC)바이오 대표는 최근 기능성 식품원료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국내 최초 수박음료인 ‘수박소다’를 지난해 출시, 한 해 동안 500만개를 팔았다. 수박 추출물에 탄산을 넣어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인기 비결이다. 후속작 ‘망고소다’와 ‘바나나소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대표가 1999년 설립한 기능성 원료 제조업체 SFC바이오는 2015년 35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7일 서울 가산동 SFC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수박 맛 초코파이인 ‘초코통통’을 출시하는 등 수박 추출물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요새 인기가 많은 열대과일 칼라만시를 활용한 ‘칼라만시소다’도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인근 지방대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대웅제약에서 제약 영업을 했고 풀무원으로 옮겨 건강기능식품 영업을 맡았다. 영업을 하다 보니 체계적으로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어 경영학 석사 학위도 땄다.
SFC바이오의 SFC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개발자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목이버섯의 식이섬유를 활용한 변비 치료제 원료 등 천연물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 연구하다 보니 전문지식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마흔두 살에 약학 공부를 시작해 중앙대에서 약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천연물 R&D는 제품화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5년 전 식품원료 제조로 눈을 돌렸고, 내친김에 완제품 생산에까지 뛰어들었다. 탄탄한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SFC바이오는 식품업계에서 금세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와 함초, 다시마를 섞은 국내산 식이섬유를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에 공급하고 있다.
SFC바이오는 지난해 수박 과육에서 라이코펜을 추출하는 데 성공, 이를 농축해 제품에 응용했다. 김 대표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라이코펜은 그동안 토마토 껍질에서 추출했는데 수박에서 이를 뽑아낸 건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자칫하면 음료에서 멜론 맛이 나는 등 수박 맛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 개발에만 3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수박소다는 출시되자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박 특유의 맛을 잘 살렸다’ ‘중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이 났다. 김 대표는 “수박음료는 개발이 쉽지 않아 다른 업체에서 ‘미투상품(유사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며 “원천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 제품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부터는 서울우유와 손잡고 ‘앙팡’ 브랜드로 다양한 어린이용 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씹어먹는 우유인 ‘밀크릿’이 지난해 코스트코에서 15억원어치 팔리는 등 인기를 끌자 유아용 건강식품, 반찬, 간식류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식품 원료는 미국 인도 스페인 등에 수출하고 완제품은 중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미국 영국 시장을 공략한다. 중국 1위 제약 유통업체인 시노팜과 어린이용 식품 200억원어치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30억원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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