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건 상담해 290억원 지원
[ 고윤상 기자 ] 파출부로 일하던 A씨는 자신이 간병하던 B씨에게 과도로 눈을 찔려 한쪽 눈을 실명했다. A씨가 술을 먹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B씨를 멀리했다는 이유로 발생한 범죄였다. B씨는 살인미수로 처벌받았지만 돈이 없다며 A씨에 대한 배상을 거부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는 A씨에게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를 안내했다. 7개월에 걸친 상담과 모니터링 끝에 A씨는 생계비와 치료비, 장해구조금 등 1300여만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았다. A씨는 “앞이 캄캄했는데 ‘법에도 인정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딸아이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다”며 검찰에 감사편지를 썼다.
범죄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범죄피해자 미란다 원칙’이 시행된 2년 동안 22만4355건의 피해자 상담이 이뤄져 지원으로 이어졌다. 범죄피해자와 유족 679명이 총 221억1800만원의 구조금을 지원받았다. 2117명은 68억1400만원의 치료비와 생계비, 학자금 등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는 범죄피해자가 국가로부터 경제적 지원, 법률적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1987년 ‘범죄피해자구조법’이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는 유족구조금이나 장해구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국가의 역할을 ‘구조’에서 ‘보호’로 바꾼 ‘범죄피해자보호법’이 2005년 제정됐다. 지원 유형도 의료, 교육, 법률구조 등으로 확대됐다.
그래도 지원은 쉽지 않았다. 소극 행정 탓에 대부분의 피해자가 관련 내용을 잘 몰라서다. 2년 전인 2014년 4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미란다 원칙’으로 불리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화 조항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도 포함된다.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이사하도록 이사비를 지원하거나 안전 가옥 등 보호시설을 제공하는 식이다. 경찰 긴급 호출을 위해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긴급호출기도 지급하고 있다.
이후 피해자 지원이 크게 늘었지만 지원금 규모와 유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지원하는 생계비는 1인당 150만원까지다. 범죄피해자 가족을 위해 학자금(최대 100만원씩 2회)도 지원한다. 유족구조금은 피해사망자 월급여의 최대 4년치를 지원한다. 그러나 가해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통해 받는 배상액보다 적다는 평가다.
친족간 범죄의 피해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맹점이다. 예외 조항을 통해 사안별로 친족 간 범죄 피해자를 껴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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