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소화기내과 전문의
"장염부터 정신질환까지 장내 미생물과 연관 확신"
[ 임락근 기자 ]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바이오뱅크힐링은 대변에 섞여 나오는 미생물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이 각종 질환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동호 바이오뱅크힐링 대표(사진)는 7일 “대변 속 미생물을 활용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더 나아가 신약 개발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기도 한 이 대표는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지난해 창업했다. 30년 가까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장염에서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이 장내 미생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대변이식을 통해 장염을 앓던 백혈병 환자의 장염이 씻은 듯이 낫는 것도 봤다. 대변이식은 항생제 부작용 등으로 중증 설사 등을 일으키는 환자의 대장에 대변을 이식하는 것으로 지난해 6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바이오뱅크힐링은 대변에 있는 미생물을 분석해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장내 미생물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게 무너지면서 장염,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 등 각종 질병이 생긴다.
이 대표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김상윤 신경과 교수에게 동업하자고 손을 내민 것도 장내 미생물이 소화기뿐만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에도 관여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장내 미생물로 질병의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장내 미생물이 다시 균형을 이루도록 조치를 취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상태를 검사받는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됐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뱅크힐링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유익균들을 뽑아내 냉동해뒀다가 환자에게 투여하거나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장내 유익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바이오업체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대변에서 추출한 장내 미생물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장내 미생물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50억원을 올렸다.
이 대표는 “대변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주고 있다”며 “2년 뒤에는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대변에서 추출한 유익균을 가공하고 유해균을 제거하는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이 대표는 “바이오 기업 MD헬스케어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적인 문제를 풀고 있다”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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