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히 박힌 저녁 무렵, 라디오를 통해 잔잔히 들려오는 내레이션과 함께 이불 속에 잠겨 아름다운 사랑 시 구절을 베껴 써서 부쳤던 작은 편지. 이제는 다시 보기 힘든, 진풍경일까? 터치 몇 번으로 전 세계와 통하는 IT 시대. 모든 것이 디지털화가 된 지금, 옛것들이 다시 귀화하고 있다.
일명 복고풍(復古風).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는 형세를 이르는 이 세 글자는 어째서인지 곳곳에서 익숙하게 들려온다. 중·고등학교 축제에서는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80년대 히트 쳤던 옛날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 패션계에서는 ‘꾸민 듯 안 꾸민 듯’과 같이 ‘복고’로의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며, 이를 대표하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인 ‘놈코어(normcore)’처럼 평범함을 표방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복고패션의 열풍이 일고 있다. 패션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하나면 전 세계 모든 노래를 맘껏 들을 수 있는 세상에 백화점에서는 레코드판이 비싸게 팔린다. 사람들은 점점 지난날의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는 책에서도 나타난다. 도서 출판사의 인기도서와 도서구매목록은 온통 시집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시를 촌스럽고 구질구질하다고 말하며 옛것으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시의 감성에 푹 빠진 것. 학교 도서관 신청도서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 역시 주로 시집이다. 요즘 사람들은 시와 사랑에 빠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마음을 울리는 짧은 시를 써서 올리는 ‘흔글’, ‘글 배우’ 등의 일명 SNS 시인들도 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에 퍼진 ‘시 사랑’은 새로운 문화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시를 접목해서 시낭송, 필사, 캘리그라피 등이 성행하며 다양한 모임과 단체도 속속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회색 건물이 즐비한 도시 속에 무관심과 삭막함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진심이 느껴지는 그 옛날의 정이 그립다. 여러분도 서점에 들러 시집 한 권과 함께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은영은 생글기자(삼호고 3년) dwgcw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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