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 저성장·고실업에 병든 프랑스…포퓰리즘 대신 개혁 택했다

입력 2017-05-08 17:43  

새 정부 최대 과제는 경제 살리기

1%대 성장률 끌어올리는데 올인
공무원 감축·법인세 인하 '시동'
기업 투자 늘려 일자리 창출도

승리 만끽할 틈 없는 가시밭길
신생정당 앙마르슈 의석 수 '0'
의회 지지 없이 경제개혁 불가능
내달 총선서 '과반 확보'가 관건



[ 김은정 기자 ]
‘개방과 통합이 폐쇄와 분열을 누른 승리다.’

프랑스의 정치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39)이 새로운 엘리제궁 주인이 된 데 대한 세계 주요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들불처럼 번진 자국 우선주의와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물결을 잠재웠다는 분석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활성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가 ‘마크롱 돌풍’의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기성 정치권과 거리가 먼 비주류 대통령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음달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의 중도신당(앙마르슈)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개혁 추진이 어려워 결국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란 얘기다.

◆경제적 분노에서 나온 표심

마크롱은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프랑스 지도자다. 프랑스 총인구의 중간 수준인 41세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 이번 대선이 첫 선거일 정도로 정치적 기반이 미약한 ‘젊은피’에 표심이 쏠린 건 저(低)성장·고(高)실업률 등 경제적 어려움 탓이 컸다.

지난해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1.1%에 그쳤다. 실업률은 10%에 달했다. 유럽연합(EU) 평균(8%)을 2%포인트 웃도는 실업률이다.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8%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15%)의 두 배를 넘었다.

2008년 이전 프랑스와 성장률이 비슷하던 영국과 독일이 2013~2016년 각각 평균 2.3%, 1.4% 성장했지만 프랑스는 0.9%에 불과했다. 수출경쟁력 약화로 2000년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에 머물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실업률이 치솟았다. 미취업 청년층이 크게 늘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유권자의 경제적 불만이 이번 대선 판도를 갈랐다”고 지적했다.

기성 양대 정당인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 공화당에 대한 실망도 한몫했다. 양당의 각종 부패와 경제정책 실패가 반복되면서 ‘데가지즘(Degagisme)’ 열풍이 불었다. 구(舊)체제 청산을 뜻하는 데가지즘은 일종의 ‘다 갈아엎자’는 구호다.

외신은 “기성 정치를 향한 반감과 불만을 표출한 유권자들이 ‘좌도 우도 아니다’며 제3의 길을 내세운 마크롱에게 변화를 기대했다”고 분석했다.

마크롱은 노동법 완화 등 친(親)시장·기업 정책과 7% 실업률 등을 내세웠다. 공무원 감축과 법인세 감면, 기업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증대도 주요 공약이다.

마크롱이 당선되면서 EU 붕괴 가능성도 낮아졌다. 마크롱은 유럽 정책을 놓고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과 첨예하게 격돌했다. 르펜은 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했지만 마크롱은 EU 체제 내 협력과 통합을 외쳤다. 마크롱은 냉랭해진 독일과의 관계도 되살린다는 방침이다.

◆6월 총선이 ‘시험대’

마크롱이 의석수가 제로(0)인 신생 정당을 기반으로 대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집권 초기부터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첫 관문은 다음달로 예정된 총선이다. 그의 신당 앙마르슈가 과반 의석을 차지할지 여부가 국정 운영 동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하원의원 577명을 결정하는 총선은 다음달 11일과 18일 열린다. 대선처럼 1차 투표와 결선 투표로 이뤄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앙마르슈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임기 내내 야당에 끌려다니며 공약 추진은커녕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는 15일 총리 지명자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총선에서 실패하면 야당이 지명한 총리로 교체될 수 있다. AFP통신은 “대선에서 총선 국면으로 전환되면 판세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프랑스 통합도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마크롱이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면서 “대선 기간 나타난 극도의 분열을 봉합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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