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고실업 프랑스가 선택한 신생정당 대통령

입력 2017-05-08 17:50  

지난 7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에서 의석이 한 석도 없는 신생정당 앙마르슈(En Marche·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프랑스 기성정치가 철저하게 심판받았다. 선출직 경험이 없는 마크롱은 만 39세로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이고, 앙마르슈는 그가 1년 전 창당한 정당이다.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약 60년간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 온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가 처음으로 대선 1차 투표에서 모두 컷오프를 당하는 수모도 당했다. 유권자들은 잇단 부패 사건을 일으킨 보수(공화당)와 높은 실업률과 테러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무능한 진보(사회당)를 심판했다.

결선투표가 ‘차악(次惡)’을 선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극우파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사회당을 탈당해 중도를 표방한 그나마 친(親)시장적인 마크롱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정치인의 이력으론 기피되는 대형 투자은행 출신 금융전문가인 데다 좌우를 넘나드는 정책으로 각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경제는 중병(重病)을 앓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1.1%에 그쳤고, 청년실업률은 약 25%에 달했다. 유럽연합(EU) 탈퇴와 반(反)시장적인 주장을 일삼는 극우·극좌와는 달리 EU 잔류와 친시장 정책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이 마크롱에게 호응한 것이다. 기득권 정당을 제외하곤 ‘합리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돌아선 민심은 오래된 정당구도를 단번에 바꿀 만큼 무섭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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