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을 뒤로 하고 코스피지수는 역사적 고점을 넘어섰다. 더 올라설 것이다. 사상최고치라는 심리적 부담을 빼고 나면 2011년 당시의 사상최고치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실적, 물가상황, 금리수준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이 싸다. 2011년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8배였지만 현재는 1배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을 감안해 2400선까지로 예상하지만 2011년의 PBR 1.38배를 단순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3000선까지 갈 수 있다.
2012~15년의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2016년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 구간으로 투자의 지형이 바뀌었다. 금리상승이 그 신호다. 금융이 실물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가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하지만 부채 축소가 쉽지 않다면, 대안은 부채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금리는 경기확장기에 상승한다. 케인즈의 야성적 충동의 부활이다. 투자사이클의 시작은 불마켓(강세장)의 진입과 동일하다.
글로벌 투자사이클이 복원되면서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지표를 발표한 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2.9%에서 6∼7%로 대폭 상향했다. 반도체에 이어 조선도 회복되고 있다는 게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
달러화 약세도 글로벌 경기개선과 관련이 있다. 미국 경제가 하강하는 게 아니라, 미국 외에 유럽과 신흥국의 경기개선속도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은 한국의 기업 실적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11년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힌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었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순이익 100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실적에 기댄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상최대를 넘어선 순이익과 달리, 매출액은 2014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비용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쥐어짜낸 이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부터 이같은 의구심이 해소될 것이다. 미국 경기가 유지되는 가운데 유럽과 신흥시장도 회복되고 있다. 유럽이 돌면 글로벌 물동량이 돌아선다. 올해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은 소재, 산업재부문이다. 예상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난해부터 이익이 돌아선 시점에서의 매출액 개선은 실적에 분명히 긍정적이다. 한국의 4월 수출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익에 이어 매출액도 증가하기 시작하면 이익의 신뢰도에 힘입은 재평가 장세가 시작될 것이다.
투자는 확률의 게임이다. 모든 변수와 미래의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포함할 수 없다. 아직 강세장을 확신하기에는 2% 부족하고, 검증해야 할 변수는 남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판단의 기준은 단순해져야 한다. 그레이엄은 우리에게 조언한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투표계산기이지만 장기적으로 가치의 저울이다(In the short, the market is a voting machine but in the long run it is a weighting machine).” 코스피지수는 역사적 고점을 넘어섰지만, 글로벌 대비 여전히 싸다. 가격에 비해 가치가 싸다는 것 만으로도 강세장은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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