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구두·정장까지…명품 입는 남성 늘었다

입력 2017-05-09 19:00  

크리스찬루부탱 등 명품업체
남성용 제품 판매비중 늘려

젊은층이 입던 아르마니 정장
몸매 가꾼 꽃중년들도 찾아



[ 민지혜 기자 ] 명품을 입는 한국 남성이 늘고 있다. 불황에도 자신을 위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그루밍(grooming)’족이 증가하면서다. 루이비통 크리스찬루부탱 등 유명 브랜드는 남성 전용 매장을 늘리고 신제품을 대거 들여오는 등 한국 남성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신발 가방 캐주얼 옷 ‘인기’

여성용 하이힐로 유명한 크리스찬루부탱은 최근 서울 청담동 매장 한 개 층을 남성용 제품으로 꾸몄다. 이정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이 브랜드 슬립온(발이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굽 낮은 신발)을 신으면서 해당 제품이 동나는 등 남성용 신발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크리스찬루부탱 관계자는 “남성용 신발 매출이 2~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20~30%였던 남성용 제품 비중을 최근 50%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스웨덴 유명 브랜드 아크네스튜디오도 주로 여성용 제품을 팔다가 올 들어 남성용 제품 비중을 30%로 늘렸다. 스웨트셔츠, 청바지 등 소량만 준비한 남성용 제품이 품절되는 등 소비자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청담동 매장 2층 전체는 아예 남성 전용관으로 꾸몄다. 아크네스튜디오 관계자는 “국내에서 품절된 남성 의류를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는 경우도 있는 등 소비자 요청이 많아 제품을 더 들여놨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기존 GG로고 바탕에 여러 색상의 패치, 자수 등을 넣은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남성용 제품을 대거 늘렸다. 패치를 여러 개 붙인 남성용 ‘꾸리에 라인’은 큼지막한 더플백, 백팩, 메신저백, 카드지갑 등 모든 종류가 잘 팔리고 있다. 한 구찌 매장 판매원은 “클래식한 디자인은 물론 포인트로 들기 좋은 꾸리에 라인도 남성들이 많이 사간다”며 “슈트, 가방 등 남성용 제품 매출이 2년 전보다 세 배가량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장도 기왕이면 명품으로

내수 부진에도 남성용 명품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한 벌을 사도 제대로 된 옷을 구입하자’는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남성이 주로 입는 정장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명품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남성 정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주 고객층이 30~40대다. 몸에 꼭 맞는 스타일이 많기 때문에 몸매 관리를 많이 하는 젊은 층이 주로 입었다. 최근엔 자신을 가꾸는 ‘꽃중년’이 늘어나면서 50~60대 소비자도 10% 이상 증가했다.

루이비통도 남성 소비자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남성 컬렉션만 판매하는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을 국내에 연 것도 한국 남성들이 ‘큰손’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이 남성만을 위한 임시매장을 연 건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임시매장 반응이 좋자 루이비통은 지난해 9월 국내 첫 남성 전용 매장(사진)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열었다. 의류는 물론 가방, 지갑, 액세서리, 시계 등 전 제품군을 갖춰놨다.

명품업계에서는 앞으로 여성용보다 남성용 제품 매출 성장세가 더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신을 위해 지갑을 여는 남성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에서 소비자 한 명이 지출한 연간 소비 평균금액은 남성이 64만원으로 여성(53만원)보다 20.75% 높았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지갑처럼 작은 아이템으로 명품을 처음 접해본 남성 소비자들이 이젠 신발, 가방, 정장 순으로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이후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남성들의 지갑도 더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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