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위해 노동·교육개혁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맨손으로 들어갔다 맨손으로 나오길…
[ 노경목 기자 ] “한국의 성장 방정식을 만들어온 긍정적인 요소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살려내 한국을 성장 궤도에 다시 올려놓을지, 아니면 더 후퇴시킬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손에 달렸습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9일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이같이 말했다. 2000년부터 8년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기업만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강력한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기업들이 신나게 경영에 몰두해 국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뿐이지만 많은 정치인이 종종 이 같은 사실을 망각한다”며 “기업이 위축된 경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최순실 사태 이후 수갑을 차고 언론 앞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은 기업인들의 가슴에 멍에를 지웠다”며 새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동개혁과 교육개혁도 요구했다. “대선 기간에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지금처럼 경직된 노동구조에서는 일자리를 더 만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또 “창의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개혁도 꼭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이후 심해질 가능성이 있는 소득격차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했다.
정치개혁을 통한 사회 전반의 지배구조 바로 세우기도 19대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로 들었다. 윤 전 부회장은 “사회 구조의 최상층인 정치개혁이 되지 않으면 사회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치권은 항상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지만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며 돈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사회 전체의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입법, 행정, 사법 등 상위 사회 지배구조부터 바로 세워 역동적이고 건전한 사회구조가 아래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부회장은 이와 함께 “새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고 국격을 다시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와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기치 않은 탄핵·구속으로 많은 국민이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던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해 새로운 통합의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핵 도발과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충돌하며 국방과 안보가 중대 기로에 섰다”며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유지해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와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와대에 맨손으로 들어갔다, 맨손으로 나오라”고 당부했다. “1987년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30년이 지나는 동안 대부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친인척 비리 등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며 “지금까지 전임 대통령들이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는지를 되새기면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지혜를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대통령의 임기 5년은 짧다. 하지만 그 5년간의 행적은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이번 대통령은 임기 후에도 존경받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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