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결산② 인간과 인공지능(AI)은 공존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5-10 02:06  



(뉴욕=이심기 특파원)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다.” “아니다.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올해 ‘미국의 다보스포럼’로 불리는 밀컨 콘퍼런스의 가장 뜨거운 주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었다. 인간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과 인간의 업무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보완적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어느 쪽이든 기존 노동시장의 대대적인 구조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같았다.

온라인 파일 공유 및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박스(BOX)의 애런 레비는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 줄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긍정론을 펼쳤다. 그는 트럭운전사를 예로 들며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트럭이 개발되면 기존의 운전사들은 트럭을 통제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며 “노동의 내용과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키 캐니 월마트 인력담당 수석 부사장도 레비 CEO의 주장에 동조했다. 월마트 매장에서 손님이 스스로 계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셀프 체크아웃(Self Check-out)’ 인공지능 시스템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있던 계산원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이 많이 보강되면서 예상보다 일자리가 줄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노동력의 재배치가 일어나고 있을 뿐 감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의 계산원들은 인공지능을 감독하고 활용하기 위해 훈련받고 있으며, 비슷한 수준의 노동력 재배치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니 부사장은 “인공지능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보다는 보완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앤 머리 슬라터 프린스턴대 교수는 두 사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월마트에서 일하는 계산원의 업무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감독하고 운용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달라 단순히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지적이다. 월마트의 사례는 기존 노동력이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갔다기 보다는 새로운 노동력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기존 노동자들의 원치 않는 은퇴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비 CEO는 태양력 발전의 예를 들며 슬라터교수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친환경 태양력 에너지가 개별 가정으로 확산되면서 솔라패널을 생산, 판매, 설치, 보수하는 직업까지 만들어 냈고 무선인터넷이 통제하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으로 확장되면서 더 많은 직업을 창출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위협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레비 CEO는 강조했다.

슬라터 교수는 그러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레비 CEO 역시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사람이 기존 업무를 해내는 시간은 짧아지고 능력의 확장이 일어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주장을 펼쳤다.

로이 바하트 불룸버그베타(기술투자펀드) 대표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는 논란은 10년 전부터 계속됐다”며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굉장히 많아 질 것이다는 예측에 많은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었지만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지금의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인력 대체에 동의했다. 자동운전 시스템이 운전사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운전사들이 기존의 운임을 그대로 받을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라며 인공지능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미래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은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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