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앱 삭제할 권리 주기보다
소비자 스스로 골라 탑재토록 해야
부수현 < 경상대 교수·심리학 >
선탑재 앱이란 소비자의 최초 사용 이전에 사업자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응용프로그램)을 말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공급사,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 사업자 등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 혹은 스마트폰 구동과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앱을 선탑재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들의 주장이 일부는 옳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예를 들자면, 단말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구글 검색엔진을 비롯한 일련의 구글 앱 패키지를 기본으로 탑재하게 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소스라고 주장하면서 선탑재된 앱의 변용은 막고 있다. 언제나 구글이 주는 대로만 써야 한다. 나아가 구글 앱 패키지와 경쟁할 수 있는 다른 앱은 선탑재하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구글이 아닌 다른 앱을 원한다면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후에 스스로 내려받아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앱 생태계를 고려할 때 매우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에 먼저 손이 갈 뿐만 아니라, 이런 익숙함과 편안함이 결국 특정 대상에 대한 선호나 만족 여부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강력한 유인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지금 쓰고 있는 앱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안을 탐색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한된 합리성의 개념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설정돼 있는 것을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귀찮기 때문이다.
선탑재 앱을 둘러싼 문제는 가볍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은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강제적인 틀 안에서만 활동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든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 구글과 같은 몇몇 거대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구글과 반독점법 최종 합의를 봤다. 79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구글 앱 패키지 사전설치를 강요하지 않고 제3자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역시 러시아와 같은 단호함이 필요한 때다.
소비자 권리 보호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앱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여전히 많은 앱이 소비자 의지와 관계없이 선탑재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불필요한 앱을 적극적으로 삭제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의 근거는 ‘손실-혐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앱을 삭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것을 삭제했을 때의 손실에 초점을 두고, 그런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어떤 앱이 당장에 손실을 입히거나 가시적인 위험이 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한 앱’이라고 판단될지라도 일단 가지고 있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선탑재된 앱을 삭제할 권리를 주는 것보다 사전에 소비자가 필요한 앱을 자유롭게 골라서 탑재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수현 < 경상대 교수·심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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