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후보자, 새 정부 통합·화합 이끌 적임자"
정치력·지자체서 검증된 행정능력도 강점
중앙부처 경험없어 '책임총리 한계' 분석도
[ 임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인선을 통해 밝힌 인사 키워드는 ‘탕평’과 ‘국정안정’이다. 총리 후보자로 낙점된 이낙연 전남지사는 호남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 김황식 전 총리에 이어 5년 만의 호남 총리다. 그동안 ‘호남홀대론’으로 공격받아 온 문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확고한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 화답하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언론인·정치인 출신으로 다년간 행정 경험까지 쌓은 이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총리를 실질적인 국정 운영 동반자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책임 총리’에게 권한을 분산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호남을 국정 동반자로…”
문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탕평인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도 인선 발표 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호남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과 2015년 당 대표 경선, 이번 대선에서 지속적으로 당내 경쟁세력과 다른 정당으로부터 ‘호남홀대론’으로 공격을 받았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있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 호남 출신이 주요 인사에 배제됐다는 것 등이 근거였다.
문 대통령은 이에 지난달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리 후보와 관련해 “대탕평, 국민 대통합의 관점에서 인선할 계획”이라며 “제가 영남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호남 출신 총리를 지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호남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호남홀대론’을 극복하고 광주(61.1%) 전남(59.9%) 전북(64.8%) 등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책임총리 구현할까
행정 분야에서의 ‘실전 경험’도 인선 배경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2014년 7월부터 3년 가까이 전남지사를 맡아왔다. 도지사로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 힘쓴 공로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종합대상’을 받기도 했다. 행정가로의 능력은 검증된 만큼 각 행정부를 총괄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적임자라는 것이 청와대의 평가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다만 중앙부처에서의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책임총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국회의원을 하며 여러 상임위원회를 다녔고 국정감사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국회를 통해 여러 부처의 업무를 봤고 지방행정을 통해 중앙행정을 봤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제와 관련해선 “책임감과 소신을 갖고 일한다는 게 총리책임제의 기본이며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 통과도 겨냥한 인사’
인사청문회를 의식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등 총리 후보자가 언론과 야당에서의 인사 검증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한 데다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총리 낙마 사태를 빚으면 집권 초기부터 국정 대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자가 기자 출신에 국회의원 4선을 지내 상대적으로 언론과 야당 의원들이 우호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한 인선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전남지사 선거운동 과정에서 노종석 전 전남도의회 의원이 당비대납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과 장남이 2001년 현역(3급) 입영대상에서 재학 중 연기 등을 거쳐 1년 뒤 재검사에서 어깨 재발성 탈구로 병역면제(제2국민역 편입)를 받은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른정당은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선입견과 편견 없이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인사인지 도덕성과 국정운영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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