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투자 활성화 위한 규제혁파 나서야

입력 2017-05-10 18:37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로는 역부족
노동·규제 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 나서야"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10일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을 강조하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소통과 협치가 중요한 국면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국내 정치구도 속에서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2년 이후 6년째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도는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6%까지 하락,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작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하락세를 지속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고용사정도 악화돼 3월 기준 실업자 114만 명, 평균 월수입 150여만원의 임시 일용직이 631만 명,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668만 명이며 그중 월수입 100만원 내외의 1인 영세자영업자가 400여만 명에 달하고 있다. 생계가 어려우니 가계부채만 급증하고 있다.

금리인하와 재정확대 등 경기부진 탈출을 위한 확장적 거시안정화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인하 여력이 크지 않고 재정사정도 국가부채와 복지수요 증가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한 확장적으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지금은 유입되고 있는 외국자본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언제든 유출로 급반전할 수 있으므로 외화유동성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평균성장률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3.5%, 내년 3.6%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전체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작년의 1.6%에서 올해 2.3%, 내년 2.5%로 회복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작년의 2.8%에서 올해 2.6%, 내년 2.5%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1인당 소득 2만7000달러의 한국이 5만6000달러의 미국과 성장률이 같아진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조로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잠재성장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6만5782개의 한국 기업이 3488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3084개 기업이 사상 최대치인 350억달러(약 40조원)를 해외에 투자했다. 연간 140조원 정도인 국내 설비투자액의 30%에 이르는 규모다. 새 정부는 재벌개혁, 법인세율 인상,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활동은 규제하면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동개혁, 규제개혁, 법인세율 인하 등 국내 투자증가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핀테크,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혁신창업생태계 조성과 고부가가치 미래형 신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아울러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금융, 교육, 의료, 관광, 회의전시(MICE) 등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오는 10월에 나오는 미국 환율보고서 등 원화절상 압력에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진 대응과 위기 예방, 중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 확충, 대외적으로는 통상·환율압력 대응 등 새 정부의 경제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과도한 재벌개혁, 공공부문 확대 등 무리한 공약은 여건에 맞게 조절하면서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노무현 정부 시절의 성장둔화, 분배악화, 중산층 몰락의 전철을 밟지 않고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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