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연 옮김 / 책세상 / 364쪽 / 1만6000원
[ 양병훈 기자 ] 통조림 생수병 등 상품 라벨 1만8000개, 시리얼 상자 1579개, 우편봉투 속지 패턴 800개, 병뚜껑 500개, 신용사기 편지 141통, 치약 포장 상자 120개….
윌리엄 킹 미국 캘리포니아대(UC샌타바버라) 연극무용학과 교수가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에서 밝힌 자신의 컬렉션 목록이다. 그의 컬렉션에는 우표처럼 수집가들이 흔히 모으는 물건은 없고 누구도 원하지 않을 법한 물건만 가득하다. 저자 스스로도 자신이 모은 물건이 ‘아무런 효용가치 없는 것들’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저자는 왜 이런 의미 없는 수집에 강박적으로 몰두하게 됐는지, 수집을 통해 어떤 의미를 얻으려고 했는지를 책에서 분석하고 추적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환경이 집착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 저자의 집은 정신질환을 앓던 누나 때문에 항상 암울했다. 그는 뜻깊은 일을 하거나 의미 있는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하고 살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마 소유하고 정렬시켜 그 속에서 억지로 의미를 찾아냈다”며 “이런 행동을 통해 그 컬렉션을 만든 나 자신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위로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수집이 완전히 무익하다는 건 아니다. 저자는 그동안 모은 시리얼 상자를 꺼내 바닥에 펼쳤을 때 사람들이 “찬란한 태피스트리(그림을 짜넣은 직물)”라고 탄복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그는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물건이라도 그것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무한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수집이라는 행위는 결국에는 죽기 마련인 인간이 죽음의 공포에 맞서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김갑연 옮김, 책세상, 364쪽, 1만6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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