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욱 기자 ]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통신업체인 T모바일US를 인수할 의향을 재차 드러냈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에도 T모바일US를 인수해 자회사인 미국 4위 통신업체 스프린트와 합병하려 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손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사진) 소프트뱅크 사장이 소프트뱅크 실적설명회에서 “(미국 통신시장의 재편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US를 합치면 미국 시장에서 총 991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2위 업체인 AT&T(9120만명)를 넘어서게 된다. 선두 버라이즌(1억1390만명)도 바짝 추격할 수 있다. 다만 T모바일US와의 합병을 위해선 T모바일US 지분 65%를 보유한 독일 도이체텔레콤의 동의가 필요하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스프린트를 약 2조엔에 인수해 미국 통신시장에 진출했다. 당시에도 T모바일US를 인수해 미국 통신시장 양강인 AT&T와 버라이즌에 필적하는 제3 세력을 형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방송통신산업을 관리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스프린트와 T모바일US의 합병을 반대해 2014년 미국 통신시장을 삼분할한다는 꿈을 접었다.
소프트뱅크가 T모바일US와 스프린트의 합병에 재도전하게 된 것은 미국 정권 교체로 미국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자와 회담을 하며 시장 판도 변화의 물꼬를 텄다. 올초 FCC 위원장에 규제 완화론자인 아지트 파이가 임명된 점도 시장 개편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때마침 미국에선 지난달 말 신규 전파 입찰이 끝나 통신사 간 재편 교섭이 가능하게 됐다. 손 사장은 “AT&T와 버라이즌의 양강 체제는 시장에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사장은 “T모바일US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지만 다른 가능성도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미국 케이블TV 업체인 차터커뮤니케이션즈 등이 인수대상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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