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더 뜨거워진 부동산 경매 시장

입력 2017-05-11 20:12   수정 2017-05-12 15:42

자취 감춘 알짜 경매물건…낙찰가율 '고공행진'

정권교체 악재 작용 안해
물건 줄며 응찰자 경쟁 치열…서울 일부 낙찰가율 100% 넘어
공급과잉 우려 적어 인기 여전

남북관계 개선 기대로 수도권 북부 토지도 관심

대출규제·보유세 인상 등은 변수



[ 선한결 기자 ]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확 줄어 입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법정. 60여명이 경매법정을 찾았지만 대부분 입맛만 다셨다. 부동산 물건에 응찰한 이들은 15명에 불과했다. 좋은 매물의 경매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연기된 물건은 강남구 청담동과 관악구 봉천동의 중소형 주택 1건씩, 서초구 반포동의 4층 높이 근린시설빌딩이다. 모두 1회차 경매를 앞둔 신건이다. 한 번 경매가 미뤄진 물건은 통상 1개월 뒤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같은 물건을 지금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채권자 등이 기일 변경을 요청하는 사례가 최근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경매가 진행된 물건 중에는 봉천동 29.8㎡ 규모 오피스텔 두 건에만 응찰자가 집중됐다. 각각 8명과 9명이 응찰해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 92.3%와 94.1%를 기록했다. 이날 경매법원을 찾은 조재형 씨(서울 개포동)는 “경쟁이 몰려서인지 애초 예상한 것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며 “좋은 물건이 대부분 뒤로 미뤄져 아쉽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법원 경매 시장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10~11일 전국 법원의 경매 낙찰가율 평균은 82.4%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인 74.8%보다 7.6%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 참가자는 195명에 달했다. 이날 경매가 진행된 16건 중 12건이 새주인을 찾았다. 낙찰가가 감정가를 넘긴 물건도 4건 나왔다. 응찰자 38명이 몰린 구로구 고척동 60㎡ 아파트는 낙찰가율 114.7%에 팔렸다. 구로구 구로동 85㎡ 아파트는 23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103.7%를 기록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직장과 가까운 도심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지방 및 경기 남부권 등과 달리 서울은 입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다”며 “투자자들이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 부동산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경매시장의 바로미터격인 경기 고양시 소재 물건도 인기리에 팔렸다. 10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서다. 고양시 행신동 84.8㎡ 아파트는 39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100%에 매각됐다. 고양시 토당동 61.6㎡ 다세대주택은 24명이 경합해 낙찰가율 102%에 새주인을 만났다. 정충진 경매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관계 개선이 기대되다 보니 경기 북부지역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대출 규제 강화 여부가 부동산 경매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매시장 투자자는 대부분 대출을 받아 잔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으면 낙찰가의 60~80%를 대출받을 수 있다. 오피스텔에 투자할 경우엔 낙찰가의 80%까지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인상 여부도 경매 전업 투자자들의 관심거리다. 강 대표는 “전업 투자자는 부동산을 여러 건 보유할 수밖에 없어 보유세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경매물건이 줄어 응찰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 건수는 8817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부터 상승 중인 낙찰가율은 74.8%로 지난달 대비 1.5%포인트 올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진행 건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경매 물건 감소, 낙찰가율 상승 패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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