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일자리 추경…야당과 충돌 조짐

입력 2017-05-12 17:40   수정 2017-05-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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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대 - 10조 일자리 추경 논란

한국당 "공공 일자리용 반대"
야당 "세금으론 일자리 못 늘려"…여소야대 국회서 추경 제동 가능성

한국당 "경제 살리는 목적 아닌 공공 일자리 위한 추경 안돼"

추경 요건 충족 논란도
대량실업 등 중대한 변화 없고 1분기 성장률도 예상 뛰어넘어



[ 이상열 / 임도원 / 황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10조원 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가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공공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추경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놔 정치 논란으로 점화될 조짐이다. 추경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돼야 시행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기재부가 일자리와 관련한 추경 편성을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당은 정부 추경 편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추경은 민생과 청년일자리, 영세자영업자를 살리는 목적으로 편성돼야 한다”며 “추경 목적이 대통령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경제 상황이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가 나왔다”며 “현재 상황은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국가재정법에 적시된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국정과제 1순위로 일자리를 삼아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며 “(집권하면) 10조원의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바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금년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등으로 국채발행 없이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재원 방안까지 거론했다.

기획재정부가 12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추경’을 공식 언급함에 따라 정부의 추경 편성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재부가 추경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담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 안팎에선 △공무원 신규 추가 채용(올해 1만2000명) 등 문 대통령 공약을 중심으로 한 신규 일자리 사업 △기존 일자리 사업 중 성과가 우수한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 확대 △청년과 비정규직 노인 여성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 방안이 ‘큰 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커지는 정치권 논란

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중심의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많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가 120석에 불과하다. 야당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추경안을 단독 처리할 수 없다.

최대 야당인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세금으론 일자리를 계속 만들 수 없다”며 ‘일자리 추경’에 반대의 뜻을 내놨다. 그는 “추경 목적이 대통령 공식 입장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추경을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생과 청년 일자리, 영세자영업자를 살리는 목적으로 추경안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이날 특별한 견해를 내놓진 않았지만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TV토론에서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공공 일자리 중심 추경을 강행할 경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이 확대되면서 최악의 경우 추경안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추경 요건 충족 여부도 논란

현재 경기가 추경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논란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없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하려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또는 이런 변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수출, 생산, 투자 등이 모두 호조세를 띠면서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0.9%(전분기 대비)로 시장의 예상치(0.7~0.8%)를 뛰어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 예산실이 추경 편성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지표는 고용이다.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4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하지만 월별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경우가 많아 올 들어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더구나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두 달 연속 40만명대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 지방국립대 재정학 교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은 아무리 봐도 국가재정법에서 요구하는 긴급한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높은 청년실업률을 추경의 명분으로 쓰는 것은 너무 궁색하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선 향후 경기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 추경 요건을 상당히 폭넓게 해석해 추경을 했다”며 “요즘 경기 회복은 반도체나 화학 등 일부에 집중돼 있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상열/임도원/황정수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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