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명 중 절반은 여성으로 채워
평균 나이 46세 '젊은 피' 수혈
'공개 구애' 발스 전 총리는 배제
사회당 의원 24명도 영입
양당 체제 흔들고 지지율 1위
'과반 확보' 못하면 공약 이행 차질
[ 오춘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의 실험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공화국전진당)’는 11일(현지시간) 총선(6월11일)에 나설 후보자 가운데 52%를 정치신인으로 뽑았다. 총리까지 지낸 후보도 제외하고 수학자, 투우사 등 의외의 인물을 공천 대상에 대거 포함시켰다. 사회당 현역의원들과 보수우파인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들도 영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존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앙마르슈가 제1당으로 떠오를 태세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아예 “마크롱이 사회당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고 있다”고 표현했다. 파리지앵도 “사회당의 종말”이라고 보도했다.
◆과감한 발탁과 영입
프랑스 국민은 신생 정당과 정치 신인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앙마르슈의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마크롱의 과감한 도전과 실험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앙마르슈 발표에 따르면 총선 공천을 받으려는 신청자는 모두 1만6000명에 달했다. 서면 심사를 통해 1700명으로 압축됐고, 인터뷰 등을 통해 428명이 확정됐다. 앙마르슈는 약속한 대로 남성과 여성의 공천 비율을 절반으로 했으며, 52%를 정치 신인에 할당했다. 변호사와 관료 학생 기자 등 다양한 직종에서 공천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6세. 지난해 12월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는 앙마르슈에 합류를 표했지만 공천 명단에서 누락됐다.
앙마르슈는 24명의 현직 사회당 의원도 공천했다. 공화당 지방의원들 역시 공천에 포함시켰다. 2010년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 투우사 출신 마리 사라도 공천했다. 하지만 중도파인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 대표는 공천자 명단이 자신의 동의도 받지 않은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공천에 120명의 민주운동당 출신을 포함하기로 합의했지만 35명밖에 낙점되지 않는 것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도 마크롱 지지
여론조사에서 앙마르슈는 지지율이 26%에 이른다. 국민전선 25%, 공화당은 22%, 사회당은 8%에 그치고 있다. 최근 대선에서 사회당 재건을 내걸고 출마한 브누아 아몽은 불과 6.7%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이대로 가다간 사회당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린다. 아몽캠프에서 일한 매튜 아노탱은 “마크롱이 과연 실천력 있는 정치가인지 의문”이라며 “노동법을 개정하려 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려는 마크롱의 전략을 사회당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집안 단속에 나섰다. 프랑수아 피용 후보의 측근이던 에릭 시오티 의원은 “(앙마르슈에서) 공천이 거론되는 일부 의원은 자신의 이념과 포지션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당·공화당 ‘집안 단속’
이번 총선에서 앙마르슈가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면 마크롱 정부는 날개를 달게 된다.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정책 이행에 차질을 빚어 정권 약화가 불가피해진다.
마크롱 정부에 협력을 거부하는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면 더욱 그럴 전망이다. 의회가 불신임 투표로 내각을 거부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총리를 공화당에서 지명해야 한다. 공화당과 앙마르슈의 불편한 동거내각이 출범할 수 있다. 의회는 예산 심의와 입법권을 갖고 있어 마크롱의 공약 실현이 제약을 받는다. 마크롱이 어떻게 하든 과반 의석 확보를 목표로 대대적인 정계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마크롱이 다음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EU가 무역과 해외투자 부문에서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라는 소식도 그런 이유에서다.
마크롱은 ‘EU 지지’를 외치며 당선됐다. 그는 안으로는 EU 회의주의자와 노동계의 불만을 달래고, 밖으로는 강한 EU를 만들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고 해외투자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앙마르슈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경제공약도 흔들릴 수 있다. 프랑스의 기성 정치질서를 뒤엎겠다는 마크롱의 ‘제3의 길’이 총선이라는 시험대에 오른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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