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이식하는 인슐린 주입기 나온다

입력 2017-05-12 17:55  

최영빈 서울대병원 교수팀 개발

매일 주사 맞는 고통 덜어줘
배터리 없이 자석으로 구동
감염 위험도 크게 낮아져



[ 임락근 기자 ]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매일 수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한 번 체내에 이식하면 별도의 전원 없이 자석을 갖다대는 방식으로 인슐린이 분비되는 인슐린 주입 펌프가 개발됐다.

최영빈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사진)팀은 배터리와 주삿바늘이 필요 없는 이식형 인슐린 주입 펌프를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름 10㎝ 정도의 펌프를 피하조직에 삽입하고 자석을 갖다대면 원하는 시기에 정확한 양의 인슐린이 나온다. 자석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배터리가 따로 필요 없다.

인슐린이 다 떨어지면 1년에 한 번 혈관을 거치지 않고 피하조직에 삽입된 펌프에 직접 주사로 충전한다. 인슐린을 채워 넣을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자석을 이용한 장치도 만든다.

현재까지 당뇨병 환자는 일반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활용한 치료를 받았다. 하루에 2~5회 주사해 고통과 불편함이 뒤따랐다. 그래서 개발된 게 인슐린 펌프다. 워크맨처럼 생긴 기계를 허리 춤에 차고 복부와 연결된 가느다란 관과 주삿바늘로 체내에 인슐린을 일정하게 주입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계를 계속 달고 살아야 하니 거추장스럽고 바늘이 꽂힌 상태로 생활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인슐린 펌프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만 국내에서는 민간보험이 아니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부담이 크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체외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는 전국적으로 9만여명인 1형 당뇨병 환자의 10%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보편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이식형 인슐린 펌프를 개발하고 있지만 전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크기가 크고 배터리를 갈기 위해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최 교수가 개발한 제품은 이 같은 불편이 없다. 그는 “배터리 문제를 해결해 사이즈도 줄일 수 있고 배터리 교체를 위해 수술한 부위를 다시 절개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크게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당뇨병이다. 2형 당뇨병은 식습관,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생기는 후천적 당뇨병이다. 당뇨병 약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료할 수 있는 2형 당뇨병 환자와 달리 1형 당뇨병 환자는 지속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인슐린 펌프는 기본적으로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최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새로 개발한 인슐린 펌프의 혈중 인슐린 농도 유지 능력이 기존 인슐린 주사 방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의 불편함을 덜고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제 막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어서 인체 안전성을 입증하고 상용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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