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합리화 없이 정규직 전환 매달리면
공공서비스 유지 어려워
[ 최종석 기자 ] 비정규직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근로조건의 격차다. 임시직, 파견·용역 근로자들은 원청 모기업 소속 근로자보다 임금, 복리후생 수준이 훨씬 낮다. 인천공항공사 직원 1100여 명의 평균 보수는 월 700만원 수준이다. 반면 대부분이 외주업체 소속인 용역근로자 6400여 명은 평균 300만원을 받는다. 용역근로자 수가 이렇게 많은 것은 국제공항 특성상 보안, 시설관리, 청소, 수하물처리 등 업무분야가 다양해 공항공사가 직접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외부 용역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용역근로자는 소속 용역업체와 원청업체인 공공기관 간의 계약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근로자가 원청업체나 용역업체 중 어디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근로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다.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과제였다. 2013~2015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계획을 추진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상시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용역근로자를 원청 소속으로 바꾸면 해결된다.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상시 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소요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 만만찮다. 게다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상급단체가 다른 경우 갈등을 빚은 사례를 민간기업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노련에, 용역근로자 상당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에 소속돼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사·정의 노력과 국민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경영진은 정규직 전환방안과 함께 경비절감, 임금수준 조정 등 경영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건비 부담을 감안할 때 노조도 임금 상승분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다. 공항, 병원, 학교 등 공공서비스 이용요금 인상을 감내하는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할 책임은 공공서비스 공급 주체인 정부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사·정의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노동자들도 한꺼번에 다 받으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당부도 덧붙였다.
합리적 인식이라는 평가와 함께 새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법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의지를 오판한 공기업 노사가 경영합리화나 양보 등의 노력 없이 실적 달성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 결과는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비정규직 대책이 민간부문으로 단기간 확대되는 것도 문제다. 공기업·대기업 부문과 영세부문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삼중, 사중으로 변질되는 부작용도 고민해야 한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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