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우 기자 ]
자연이 그린 풍경화라고 할까. 충북 영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빼어난 경관을 지닌 곳이다. 금강 물줄기와 천태산 산줄기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초여름 문턱에 다다른 5월. 금빛 물결과 푸른 소나무 숲 그리고 기암괴석이 빚어낸 절경 속으로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힐링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충북의 설악’ 천태산
천태산은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와 충남 금산군 제원면 화원리 경계에 있다. 천태산은 높이가 그리 높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지만 기암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어 거친 바위를 타는 스릴을 톡톡히 즐길 수 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웅장한 바위와 수많은 나무가 조화를 이뤄 빚어낸 경치가 아름다워 ‘충북의 설악’이라고도 불린다.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영국사(寧國寺)는 풍광 좋은 절로 양산8경(陽山八景)의 정수다. 영국사는 큰 절은 아니지만 사찰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영국사는 신라 때 고찰이다.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가 국청사라 한 것을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안정된 삶을 기원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했다 하여 영국사로 이름을 바꿨다.
영국사에는 보물 다섯 개와 천연기념물 한 개가 있다.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 부도, 제533호 영국사삼층석탑, 제534호 영국사원각국사비, 제535호 영국사망탑봉 삼층석탑과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영국사 은행나무가 그것이다.
이들 보물과 천연기념물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영국사 은행나무다. 나무 둘레를 치자면 어른 서넛이 손을 잡고 둘러서야 나무를 제대로 안을 만큼 거대하다. 공식적인 나무 나이는 1000살로 알려져 있으며 실측 자료에 의하면 높이 31.4m, 가슴높이 둘레 11.54m의 거목이다. 서쪽으로 뻗은 가지 가운데 한 개는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또 다른 은행나무로 자라고 있는 신기한 광경도 볼거리다.
절경마다 빼어난 정자들이 우뚝
영동에는 절경마다 운치 있는 정자가 많다. 송호리에서 금강을 따라 약 500m 올라가면 커다란 나무에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서 있는 정자가 함벽정이다. 이 강변 백사장에는 물새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치가 아름다워 시 읊고 글 쓰는 이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고 학문을 논했다고 전해진다. 함벽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를 ‘함벽정팔경’이라 부르며 따로 즐겼을 정도다. 강선대는 양산면 봉곡리 마을 앞을 지나는 금강변 작은 바위 위에 지어진 육각정자다. 물과 바위, 소나무가 어우러진 이른바 삼합을 이룬 곳으로 양산팔경 중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강물에 비친 낙락장송과 석대의 풍경에 감탄한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에서 강선대(降仙臺)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의정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와 마주하며 그와 버금가는 절경을 만들어 내는 정자다. 조선시대 때 연안부사(延安府使)를 지낸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강 언덕에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를 붙여 ‘만취당’이라 한 것을 1935년 후손들이 다시 짓고 ‘여의정’이라 이름을 고쳤다. 여의정을 감싼 송림은 박응종이 주변에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란 것이다. 100년 묵은 송림이 1200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송호관광지는 28만4000㎡ 규모의 부지에 방갈로, 풀, 산책로, 놀이터 등을 갖춰 놓고 관광객을 반갑게 맞는다.
양산8경 걸어보세요
양산면 봉곡리 강선대와 수두리 봉황대 2.6㎞ 구간에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총 길이 6㎞의 ‘양산8경 금강 둘레길’이 이달 초 문을 열었다. 금강을 가로지르는 수두교와 봉곡교 다리로 연결되는 순환형 코스로 강선대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용암 등 양산8경 중 여섯 곳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바로 옆에서 금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강선대~봉황대 구간은 지금껏 양산8경 여행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아직 둘레길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 등 시설이 부족해 개인용 돗자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둘레길 탐방은 1시간30분~2시간 걸린다. 차량으로 방문할 경우 강선대와 여의정(송화관광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것만은 꼭!
영동은 체험여행지로도 명성이 높다. 영동군 심천면에 있는 국악체험촌은 국악을 소재로 한 국내 유일의 체험·체류형 시설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음악에 대해 알아보고 체험도 할 수 있다. 국악기 제작과 연주,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천고’ 타북, 국악의상 입어보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촌에 43개실(2~6인) 규모 숙박시설을 갖췄으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우리소리관 공연장에선 영동군청 소속 난계국악단의 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체험비 3000원부터.
영동은 전국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포도 주산지로 전체 생산량의 12~15%를 차지하는 포도·와인산업특구다. 영동읍에 있는 와인코리아는 와인갤러리와 오크저장소 투어와 함께 와인스팀마스크, 와인족욕,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비 5000원부터. 예약 필수.
양산면 호탄리에 있는 블루와인펜션은 숙박은 물론 와이너리 견학과 시음 외에 와인족욕, 기념와인라벨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숙박은 8만원부터, 체험은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체험비는 1만원부터.
영동=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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