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설익은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계획

입력 2017-05-14 18:00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


[ 심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선언하자 공사 측은 연내 1만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화답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문을 여는 연말 기준으로 62개 용역회사 9924명이 대상자다. ‘깜짝 발표’였다. 내부적인 검토는 물론 용역회사,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도 없었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하지만 환호 뒤엔 복잡한 난제가 얽혀 있다.

급여체계와 직무가 전혀 다른 직원들을 어떻게 정규직으로 전환할지가 당장 문제다. 인천공항엔 공항운영(842명), 보안방재(2649명), 시설유지관리(2565명), 환경미화(775명) 등 직무 성격이 전혀 다른 외주업체들이 많다. 노동계에선 무조건 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사 내부에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 등이 논의된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작년 2조2413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1조3080억원을 거뒀다. 이 중 인건비는 정규직 1284명의 급여 286억원이었다. 용역업체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최소 6162억원의 인건비에 4대 보험료, 복리후생비용이 추가로 든다. 내년엔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실적이 나빠지면 공항이용료 인상 등으로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게 수순이다. 장기적으로 적자가 누적되면 인력 감축도 불가피하다. 신규 채용도 줄어들 것이다. 지금 당장 달콤한 열매가 나중엔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노동 분야 전문가는 “인천공항은 중국 푸둥공항, 일본 나리타공항과 경쟁하는 국제 공항”이라며 “서비스와 비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가가 고용과 임금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유명 사립대 교수는 “비정규직 전환이 꼼꼼한 검토 없이 대형 이벤트처럼 이뤄진다면 몇 년 내에 인천공항 경쟁력 순위는 하위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14일 긴급 경영회의를 열고 ‘좋은 일자리 창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정부와 공항공사는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철저히 검토하길 기대한다.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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