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 관련 공약은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으로 압축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도 ‘공정한 대한민국-경제민주화’가 경제 공약 중 가장 먼저 나온다.
문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을지로위원회(을(乙)을 지키는 위원회·가칭) 신설’이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현 중소기업청) 등을 주축으로 범정부 기관을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관행을 계기로 민주당에 설치된 을지로위원회가 모태다.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도 대부분 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다. 공약에는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함께 도입하려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둘 중 하나만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현재 지주회사는 지분을 20%, 비상장 회사는 40%까지 보유해야 한다. 이를 각각 30%와 50%로 올리는 방안이다. 지주회사를 이용한 재벌 총수 일가의 손쉬운 경영 승계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지분율 요건(상장사 30%, 비상장사 20%) 강화도 공약했다. 산업 자본의 금융사 지배를 더욱 어렵게 하는 ‘금산 분리 강화’와 금융회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규제도 포함됐다. 기존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한다’는 방안도 공약집에서 제시됐다.
새 정부에서는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특정 그룹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조사국이 부활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 도입이 예상된다. 현재 민간기구인 동방성장위원회를 통해 지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1997년 도입돼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내용이 비슷하다.
대형마트처럼 복합쇼핑몰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도 추진될 전망이다. 매달 공휴일 중 두 차례 휴업을 의무화하고 매일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과 나누면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는 ‘협력이익배분제’도 제도화된다.
문 대통령은 재벌 범죄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횡령이나 배임 등 경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방침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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