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웨스턴디지털 - SK하이닉스와 KKR 중 파트너 '고심'
(3) 채권단 - 몸값만 많이 주면 훙하이에 팔 수도
(4) 중국 정부 - 인수기회 안 주면 미국·일본에 보복 가능성
(5) 도시바 경영진 - 조건 안맞으면 매각 반대 나설수도
[ 좌동욱/김보형/김동욱 기자 ] 세계 반도체업계를 재편할 도시바메모리 매각 본입찰이 오는 19일 시행된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해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간판 기업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산업 패권을 둘러싼 주요국의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가 승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중 5파전 구도
15일 SK하이닉스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주요 인수 후보는 대략 다섯 곳으로 추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일본 전자기업 샤프를 약 4조원에 인수한 대만 훙하이그룹은 예비입찰에서 최고가인 3조엔(약 31조원)을 베팅했다.
미국에서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도시바와 전략적으로 협력해온 웨스턴디지털과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이 가세했다. 세계 최대 바이아웃(기업 경영권 매매)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일본 기업 및 금융권과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웨스턴디지털 △채권단(매각 가격) △중국 정부 △도시바 경영진 등 다섯 가지 변수가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한 외국계 IB 대표는 “본입찰 직전 또는 직후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경제산업성을 내세워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컨소시엄을 논의 중인 KKR이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되는 것도 배후에 일본 정부가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막판 변수 웨스턴디지털
웨스턴디지털은 인수전 막바지에 핵심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낸드플래시업계 3위인 미국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원)에 인수해 자금 동원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도시바 이사회에 ‘회사를 매각할 때 우리와 합의해야 한다’는 합작 계약서 조건을 내세워 단독 협상권을 주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0년부터 샌디스크와 합작으로 운용해온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이 매각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웨스턴디지털을 자사 컨소시엄 또는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턴디지털의 지난해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5.5%로 세계 2위 도시바(19.3%)에 이은 3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일본 방문 당시 웨스턴디지털 경영진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KKR 컨소시엄도 웨스턴디지털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웨스턴디지털은 이날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를 요청하는 중재 신청서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본입찰이 이달 말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누구 손 들어주나
도시바그룹에 자금을 빌려준 채권단은 몸값이 최고 관심사다. 일본 정부가 범중국 기업인 훙하이를 꺼리고 있지만 가격차가 크다면 회사 매각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세계 각국의 독과점 심사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 낸드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 등 이미 낸드 사업을 하는 기업이 훙하이, 브로드컴, KKR 컨소시엄에 비해 불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일본과 미국이 협력해 중국 업체의 입찰 기회를 제한한 것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이 미국 일본 기업보다 한국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도시바그룹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회사 매각 여부를 실제 결정하는 주체다. 전문경영인이지만 특정 조건이나 인수 후보 등을 반대할 수도 있다.
좌동욱/김보형 도쿄=김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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